프리즘

사랑의 마음

묵향의 이야기 2007. 3. 20. 20:20
 

  7시가 되기 전에 사무실에 도착했습니다.

새벽 3시에 잠에서 깨어났다가, 간신히 잠시 눈을

더 붙이고 아침 햇살을 마주하며 동쪽으로 달려

왔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올 한해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게

될 일들이 내게 다가오고 있기에 마음의 조급함만

커지는 것 같습니다.  농장 한 가운데로 큰 길이 나게

될 것이기에, 보상문제 그리고 변화된 환경에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해야 할 것입니다.  비록 동네의 작은

건물이지만, 난생 처음 건물 신축과 관련하여 나의

머릿속을 가득 고민거리로 채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칠십 여명의 적은 회원들로 구성된 이곳 지역

모임의 회장을 두 달 뒤에는 맡아야만 합니다.

수줍음과 내성적 성격으로 인해 남들 앞에 나서길

원치 않는 나이기에, 숱한 다른 모임에서 연단에 앉아

많은 이들의 시선을 받아야만 하고 때로는 그들 앞에서

연설도 해야하는 것들이 벌써부터 커다란 부담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살아 있기에 발길을 내딛어야겠지요. 작년

부친의 추모록을 출판한 뒤로 한동안 내게 커다란

공백기가 찾아 왔었습니다.  길 잃은 양마냥 어느 곳

으로 향해야 할지 모른 채 제 자리에서 맴돌아야만

했습니다.  고여있는 물처럼 썩어 들어가고 있음을

느껴야만 했습니다.  변화가 와야겠지요. 아직은

살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기에.

  참 아깝습니다.  어제는 농장 구석구석을 나뭇가지

헤치며 둘러 보았습니다.  나의 아버지의 정성과 마음이

담긴 작은 꽃나무 큰 나무들이 봄이 지나고 있음을

아쉬워하기 때문인지 아직도 꽃들이 만개하고 있습니다.

메마른 가슴으로 바라 볼 때는 그저 땅 위에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만 비춰졌지만, 새 날을 기약하며 피어나는

꽃과 어린 잎들을 마음의 눈빛으로 바라 볼 때는 아름다운

꿈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홀로 만끽하기에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봄의 희망입니다.

  더하고 싶습니다.  문득 그 누군가를 생각하게 될 때

한껏 미소를 크게 짓고 싶습니다.  어여쁜 꽃을 바라볼 때

나의 영혼에 스며드는 꽃의 향기도 느낄 수 있다면,

살아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더욱 감싸안게 될 것

입니다.  사랑이란 눈빛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것입니다.

나의 오 개월 된 공주에게 느낄 사랑이건, 돋아나는 풀과

잎에서 희망을 얻게 되는 사랑이건, 그리움으로 떠올릴 수

있는 그 누구인가를 가슴에 담는 사랑이건, 사랑의 마음은

오늘 마주했던 아침 햇살과 어제 느꼈던 꽃의 향기마냥

삶의 희망과 기쁨을 안겨 줄 것입니다. 

  그 사랑의 마음으로 채우고 싶은 날입니다.


2004년 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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