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아카시아 향기가
나를 감싸 안았습니다. 그 향기는 떠오르는
햇살과 함께 잠시 사라져 버린다 해도, 오늘 밤에도
내게 오월의 행복을 다시 안겨 줄 것입니다.
군 시절 야간근무를 서기 위해 내부반 막사에서
문을 열고 나왔을 때, 알 수 없는 밤기운에 나는
잠시 정신을 잃은 적이 있었지요. 무릉도원 속에
서 있는 착각에 빠져 버렸습니다. 아니 나의 존재를
잠시 잃어 버렸었습니다.
해마다 오월이면 아카시아 향기에 흠뻑 빠져
버립니다. 또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할지라도, 내게는
내리 깔리는 밤기운을 타고 내 곁으로 다가오는
아카시아 향기가 행복으로 찾아 옵니다.
그리고......
내게는 또다른 행복이 찾아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가서고 싶은 언덕이 있지만, 그 길을 찾을 수 없었
기에 이곳저곳을 방황해야 했던 날들을 뒤로 하고
이제는 설레임을 가득 안고 그곳을 바라 볼 수 있습
니다. 설혹 발길 내딛다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슬픔을 당하게 된다 할지라도, 지금은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그 하나만으로 라도 나는 삶의 향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온통 그 언덕을 향한 마음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텅 비어 버렸던 가슴을 그리움으로
채워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창 밖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서 어우러져
사랑을 나누고 있는 한 쌍의 새들 처럼 속삭이고
싶습니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세월을 잠시
세우고 아득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설레임과
그리움을 되새겨 보고 싶습니다. 세월이 흘러
흘러 또 다른 추억으로만 남게 된다 할지라도,
지금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다시는 담지 못할
아름다운 이야기로 채워가고 싶습니다.
때문에 어제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길에서
느꼈던 아카시아 향기는 향기만으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행복과 기쁨으로 찾아 왔습니다.
군 시절 나를 온통 감쌌던 그 향기 처럼, 나는
그리움과 설레임 속에 나를 잃어 버리고 있습니다.
아마도 나날이 새롭게 아름다운 날들로
펼쳐질 것 같습니다. 오월의 날들 그리고 이어지는
날들이.......
2002년 5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