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가을을 기다리며...

묵향의 이야기 2007. 3. 20. 20:30
 

  편안한 휴일의 아침입니다.  수해로 고통을 받게 된

분들에게는 미안한 생각 들지만, 비를 잠시 멈춘 하늘의

먹구름과 바람결이 한 여름의 무더위로 찌들어 버린

나의 가슴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시게 좋은 아침입니다.

  많은 비로 인해 나의 부모님 산소가 모셔진 팔당 산에

이상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 예봉산을 올라 갔다가, 지금

잠시 사무실에 들렸습니다. 

  지난 5월 농장 바로 옆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의

등하교 길에 예쁜 꽃길을 만들어 주고자 뿌렸던 ‘과꽃’이

이번 장마비에 흠뻑 양분을 빨아 들였기 때문인지,

이제야 하나 둘 몽우리졌던 꽃망울을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만큼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남길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나 어릴 적 나의 집 정원을 가득

메웠던 그 과꽃 밭에서 ‘올해도 과꽃이 피웠습니다~’라며

노래를 부르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기에 잠시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이제 내일 비가 그치면 또다시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아마도 한 여름의 폭염은

한고비 넘겼을 것입니다.  그리고 곧 가을 바람이 불어

오기 시작하겠지요.  삶에서도 그러하듯이 잠시 스쳐가는

가을의 행복에 머물게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쉽기만 합니다.  여기 내가 머물고 있는 나의

농장 구석구석에는 아마도 수 십 종의 꽃들이 피고 지고

있지만, 나의 마음속의 꽃밭에서는 어떠한 향기도 느낄

수 없는 삭막함만이 가득한 채 그 어떤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9개월 된 나의 아기가 때때로 내게 작은

행복을 안겨 주고 있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행복과

기쁨을 채워 주기에는 부족하기에, 그 무언가에 대한

그리움이 채워지길 바랄 뿐입니다. 곧 다가올 가을에는

파란 하늘에 그리움을 새길 수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또다시 모든 것을 움추려 들게 하는 겨울이 오기 전에......

0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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