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조용한 휴일의 아침입니다. 직장 다닐 때라면 연휴의 안식에 젖어 있겠지만, 아주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 사업이라고 펼친 일들로 일요일 아침임에도 사무실을 찾아야 했습니다. 지난 밤 내린 비와 어제 쏟아 부은 콘크리트 양생으로 신축 건물의 토목팀도 건축팀도 출근을 하지 않았기에, 잠시 편한 마음으로 컴 앞에 찾아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이라고 작년 가을부터 성남에 빌라를 신축하여 지난 1월에 준공을 득했지만, 아직 한 채도 분양되지 않아 은근히 걱정과 번민에 싸이게 됩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기다리던 광주 이곳의 신축 건물도 착공을 했지만,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 주민들의 터무니없는 이의 제기로 인해 지난 일주일 간은 무척 피곤한 날들이었고, 또 앞으로의 날들도 얼마나 나의 마음에 상처로 남게 될지 알 수가 없어 그저 답답할 따름입니다. 피할 수 없는 것들이겠죠. 사회 생활에 대한 모든 걱정과 근심을 떨치고 은퇴할 나이가 되려면 아직도 많은 세월들이 남아 있기에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들추어내야만 하고, 비록 직장을 그만 둔지 8년의 나날 동안 해야 할 일들은 그저 뒤로 미룬 채 남겨 놓았던 것들의 손실을 더 이상 키워서는 아니 되기에, 눈을 감고 주사위를 던져 버렸던 것입니다.
때문에 나를 하루 종일 컴 앞에 머물게 했던 주식들도 모두 팔아 버렸고, 홀로 이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고독을 떨치고자 들어갔던 세이와 네이트의 채팅 사이트도 문을 닫아 버렸습니다. 비록 몸은 이곳에 홀로 있지만, 너른 세상에 많은 이들과 함께 있는 느낌을 안겨 주었던 통신 싸이트에서의 탈출은 오히려 닫힌 곳에서 열린 곳으로 나를 옮겨 준 듯 합니다.
하지만 이제 3월이 되면서 내게 다가올 일들로 인해, 화사한 꽃들에 대한 기대보다도 거센 폭풍우를 헤쳐 갈 임전태세의 거친 마음만이 앞섭니다. 너무 오랜 동안 무위도식하던 내게는 차라리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지만, 그래도 하늘의 별과 달을 보고 미소를 지을 수 있고 길가에 피어오르는 꽃망울을 바라보면서 작은 행복을 느끼고 싶습니다. 과연 변화의 길목에 들어선 내게 어떤 나날이 다가올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바쁘게 일에 매진했던 직장 생활에서 때때로 밀려오는 고독감으로 인해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깊이 담배 연기를 빨아야 했던 그 때처럼, 생각을 하며 대처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이 산적해 있고 28개월 된 늦둥이 아기의 재롱도 내게 미소를 던져 주지만, 타고난 운명인지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은 오늘 이 아침에도 나를 외롭게만 합니다. 깊어가는 중년의 공통된 마음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나의 본성 때문인가? 생각지 않으렵니다. 그저 흘러가는 데로 살으렵니다.
0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