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깊은 밤에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0:27
 

  머나먼 저 남도 어느 시골길을 거닐다가 해질녁 읍내 어느 여인숙을 찾아 발걸음을 옮기는 그 때의 상념이다.  요즘 땅거미 찾아 올 때면 괜시리 슬픔 속에 잠긴 사슴 마냥 나의 눈망울이 고독에 젖어 있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직도 백마강 바라보며 천년 전의 그 함성을 떠 올리던 때의 감상을못버려서인가 보다.  언제까지나 애절한 눈빛을 머금고 있어야 하는가...  차라리 감정의 사슬에 묶여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다면 문학이라는 미명으로 덮어 버릴 수 있을텐데, 나는 나의 머리는 온갖 이해타산이란 숫자 속에 묻혀 있고 나의 가슴은 끊임없는 욕망 속에서 음탕한 욕심으로 치장되어 있길래, 삶 그 자체가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 밖에 되고 있지 못함이 나를 허공 속에 헤매이게 한다.


  출근 같지 않은 출근, 퇴근이란 개념도 없는 퇴근!  이제 그렇게 소망하던 자유인으로서 나의 직업을 갖게 되었지만, 오늘 비로서 첫날이었음인지 생활의 변화에 대한 자신 스스로의 책임을 어찌 지어 나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스스로 변혁기의 직업으로서 택한 보험 영업 사업!  쉽지 않은 아니 남들 앞에서 많은 굴욕을 감내해야 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채 시작도 하지 않은 오늘 첫날 거리를 걷던 나의 발걸음은 자꾸 나를 뒤돌아만 보게 한다.  배부름이 나의 목표를 상실하게 했음인가?  변화된 스스로의 책임에 대한 방종 때문인가?   잠시 스쳐가는 직업으로서의 인식 때문인가?  목표에 대한 당위성이 채 부여되지 않았음일게다.  배부른 소리일게다! 


  있기 때문에 행복한 고민인가?  받을 돈을 위한 소송 그리고 나의 권리가 침해 받지 않게 하기 위

해 조만간 손가락질 받으며 법적 절차를 취해야 하고...   없는 사람에게 있는 사람이 삶의 고통을 안겨 준다는 이야기 들을 것 뻔하지만, 세상 순리대로 살아가지 않는 사람에게 아무리 어려운 그들일지라도 삶 그 자체가 자신의 삶이 우선인 사실을 정당화할 수 있을런지...  하지만 사람들끼리 살아가는 세상에서 나 자신만 고고할 수도 나 자신만 헛된 욕망에 빠져 있을 수도 없음이 살아가는 이야기인 것을 강할 때는 강하게 그리고 손짓 받을 때는 손짓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언제가 아마 중학교 때인가 생각했었다.   내가 먼저 남을 해하지는 않겠지만, 살아간다는 것이 약육강식의 원리에서 벗어 나 있는 것이 아니길래 칼에는 칼로 대할 것이라는 삶에의 설계!  지난 많은 시간들 속에서 그래도 겸손하게 살아 왔지만, 때때로 도리를 벗어나 나를 지나치는 이들에게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 마음을 갖었던 삶의 발자욱은 어느덧 나의 마음을 메마르게 했다.  하지만 아직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  살아 간다는 것이 남을 밟고 일어섬은 아닐지라도 남에게 밟히며 살아갈 수 없는 것이라는 것!  이제 내주에는 시시비비 가리기 위하여 또한 나서야만 한다.


  오늘은 나의 발걸음들이 무척 무거웠다.  방향을 채 설정하지 않고 시작한 새로운 삶의 형틀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가?  결코 바라는 바는 아니었던 시시비비의 결판을 내기 위하여 이제 행하여야 할 때가 왔음인가? 


  내려다 보이는 대로의 자동차들의 불빛이 유난히 빛나 보인다.  어느덧 비닐 하우스로 덮여진 아파트 아래 논 위에 세워진 오두막집들 속에 있는 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서글퍼진다.


  나의 머리는 마냥 흩어진 책상 위의 모습이다.  나의 가슴은 무엇에 대한 그리움으로든 채워야만 할 막 내린 뒤 객석에 혼자만이 남아 있는 모습이다.


  허무는 오늘 밤으로 던져 버려야지!  그리움의 눈물은 오늘로 말려 버려야지!   그저 차디찬 도심

속 건물의 혼란스런 선들 중에 하나가 되어야지.  어깨 떠밀리며 건너야 하는 건널목 속에서 사람들을 헤집고 먼저 나가야만 하겠지.   내일은 오늘의 무거운 발걸음을 걷고 싶지 않다!

  하루가 마무리 되어 간다.                   94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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