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이 시간도 이제 이십분 채 남지 않았다. 밤새 천둥과 번개가 나의 곁에 머물던 그날 밤 이후 하는 일 없이 바쁘기만 했다. 그 피로가 밀려와서 그런지 오늘 새벽 수원엘 다녀 온 후 오전에는 집에서 그만 쓰러져 잠에 빠지고, 오후에는 병원에 들려서 사무실에 와 보니 그저 텅 비어 있다. 이달 말경에 입원해 보란다. 단백이 나오기에 신장 기능을 점검해 보아야 한단다.
한 이십년쯤 살다가 세상에서 잊혀져야 한다면... 나의 삶의 끝이 보인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어떤이는 식구들 먹여 살리려 열심히 돈을 벌테고, 어떤 이는 이루지 못한 이름의 자취를 남기고자 일에 몰두할테고, 나는....
나는 비로서 숨김없는 글을 쓰련다. 아름답지 못한 글이건 투박한 말장난이건 나는 글을 쓰련다. 흘러가는 음악과 바람 마냥 나의 가슴에서 언제나 흘러 춤추던 그 감정을 비로서 꺼내 보이련다. 사랑하면서... 시멘트 아파트 건물 사이에 모습 드러내던 가로등과 나뭇가지 잎에서 보았던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어린시절 나뭇가지에 걸린 보름달을 바라보며 흘리던 그 눈물을 사랑하고, 해질녁 공허하게 비워버린 가슴을 메우고자 들이켰던 그 쏘주를 사랑하고, 아침햇살 찬연히 받아 빛나는 한강변 그 모습을 사랑하고, 이제는 찾기 힘든 어둠 속의 그 별빛을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싶은 이 그리움 안아 주는 이 가~득~ 사랑하고...
혼이 되어 허공을 떠돌 수 있다면, 마음껏 춤 추련다. 나의 눈망울에 맺혀 있는 그 승무던가 - 한맺힌 춤사위에 나의 설움 모두 담으련다. 숫자에 쫓기고 돈에 눈 멀고 애욕에 몸부림 치던 나의 몸뚱이 훨훨 던져 버리고, 그 산 속 옹담샘에 흠뻑 나의 영혼 씻고 바람되어 풀잎 사이 나뭇잎 사이 빌딩 숲 사이를 날아 보련다. 선율되어 그리워하던 이 애달피 가슴 아픈 이 외로운 눈망울로 가득 가슴 채운 이 - 그들 영혼을 달래 주련다.
퇴근길 경적 소리와 사람들 그 소리는 나의 꿈을 깨버린다!
95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