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선하지도 밝지도 않지만, 남을 크게 속이거나 해아혀 아니하며
살아왔음에 때때로 나를 분노하게 만들고 세상의 어둠만을 생각케
만드는 이들 있어, 지금 나의 마음은 구름 잔뜩 낀 저 하늘과 같다.
아마도 국민학교 일 학년 때인가- 빈 교실 선생님 탁자 밑에 있던
자동차 장난감이 갖고 싶어 몰래 교실 창문을 넘었던 그 아픔이
아련히 나의 가슴에 남아 있고, 중학 2학년 때 숙제를 제출하지 못
해서 있던 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집에 두고 가져오지 않은 것
이냐고 묻던 그 수녀님께 감히 그분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그러하다.
당했던 그 슬픔이 아직도 나의 눈을 아리게 한다. 그리고 살아옴에
저질렀던 그 숱한 죄악들에 대한 기억조차 뇌리 속에 담아 두려 하지
않음은 자기보호의 본능인가 나의 사악함 때문인가?
빈 속에 피워대는 담배연기는 나의 뱃 속을 쓰라리게 만든다. 폭발
할 것 같던 그 분노와 세상사에 대한 실망은 쓰라림 속에 묻혀 버
린다. 지금 FM에서 들려주는 동요의 투명함은 나의 가슴을 비워 버
린다.
삶의 빛과 어둠은 혼돈으로 나의 온 몸에 자리하고 나의 영혼을 지
쳐버리게 한다. 가득 메워져 터져 나올 듯한 그 응어리는 가슴 속의
블랙홀이 되어 차라리 허무를 낳는다.
그래도 조금 멍한 나 눈망울과 가슴이 온 몸의 피 역류해 치솟던
얼마전의 나의 육체 덩어리보다는 낫기에, 나 여기서 쉬고 싶어함인가
보다!
95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