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생의 길목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0:56
 

    추석 전 가락시장 큰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트럭 위의 돼지들...

  죽어서라도 고기 한점 되어 세상 향해 무언가 남기련만...  나 주검

  된다 할지라도 풀 한포기 거름되지도 못하는 삶.  세상 향해 무엇을

  남길 수 있단 말인가?


    한가위 큰 달 구름이 가리워 모습 희미한데, 폭죽 소리 요란했던

  구석진 시골 동네 조용하기만 하다.  어느덧 아이들 가슴에도 어둠이

  깔린 모양이다. 


    기어가는 승용차 앞서 가라고 차라리 서 있는듯 지친 몸 끌고가는

  허리 꺾어진 백발의 할머니.  그리고 지나온 인생 짊어진듯 굽어진 등

  덮어버린 큰 보따리.   기어가던 숱한 차들 그저 지나치니, 나 또한

  뒷거울에 할머니 모습 남기고 말았다.


    양수리 강변 길가로 하얀 승용차 달리게 하고픈 날이건만, 초가을

  문턱의 행복이 낙엽 쌓여버린 늦가을의 허망함으로 나의 가슴에 맺혀

  버린다.  처절하게 외면 당해버린 내 존재 묻혀버린 낙엽 하나이던가?


    청계천에 다다르니 버스 사이에 끼여버린 할아버지 모습 보인다.

  허덕이며 버스 높이 만큼 짐 쌓아 올려진 손수레 밀고 당겨 보지만,

  자동차 경적 소리에 그 모습 조차 묻혀 버리고 만다. 


   허망하다.  허망할 뿐이다.

        

'방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혹의 상념  (0) 2007.03.22
서편제  (0) 2007.03.22
멈춰버린 시간  (0) 2007.03.22
고독  (0) 2007.03.22
파란 하늘  (0) 200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