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가락시장 큰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트럭 위의 돼지들...
죽어서라도 고기 한점 되어 세상 향해 무언가 남기련만... 나 주검
된다 할지라도 풀 한포기 거름되지도 못하는 삶. 세상 향해 무엇을
남길 수 있단 말인가?
한가위 큰 달 구름이 가리워 모습 희미한데, 폭죽 소리 요란했던
구석진 시골 동네 조용하기만 하다. 어느덧 아이들 가슴에도 어둠이
깔린 모양이다.
기어가는 승용차 앞서 가라고 차라리 서 있는듯 지친 몸 끌고가는
허리 꺾어진 백발의 할머니. 그리고 지나온 인생 짊어진듯 굽어진 등
덮어버린 큰 보따리. 기어가던 숱한 차들 그저 지나치니, 나 또한
뒷거울에 할머니 모습 남기고 말았다.
양수리 강변 길가로 하얀 승용차 달리게 하고픈 날이건만, 초가을
문턱의 행복이 낙엽 쌓여버린 늦가을의 허망함으로 나의 가슴에 맺혀
버린다. 처절하게 외면 당해버린 내 존재 묻혀버린 낙엽 하나이던가?
청계천에 다다르니 버스 사이에 끼여버린 할아버지 모습 보인다.
허덕이며 버스 높이 만큼 짐 쌓아 올려진 손수레 밀고 당겨 보지만,
자동차 경적 소리에 그 모습 조차 묻혀 버리고 만다.
허망하다. 허망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