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멈춰 있습니다. 비 오는 날 홀로 지키는 사무실 안
나의 시간은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지나간 삶의 격정도 가라 앉아 있습니다. 메말라 버린 가슴
적시고파 몸부림쳤던 나날들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였음 새삼
깨닫게만 됩니다.
한 줄의 싯구절도 한 권의 책도 가까이 하지 않으면서, 들녘에
피어 있는 한 송이 꽃 마냥 향내 애써 풍기려 써 내려가던 그 많은
이야기들 자조할 수 밖에 없습니다. 배 부른 나태한 자의 삶의
태만 그것이었습니다.
이제 뒤로 하고 싶습니다. 포만한 만족을 그리도 기다렸건만
빨아 내뿜는 담배연기 마냥 그저 깊이 가슴 휘젓고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들 이젠 뒤로 하고 싶습니다. 비록 나 홀로 만들었
다가 나 홀로 잊어 버리려 하는 멍청한 자의 모습으로 남게 되
버렸지만, 더 이상 마른 땅 덩이 위 흙먼지 날리고 싶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찾을 수 있겠지요. 나의 영혼 깊은 그곳 목마름
적셔줄 그 무언가를...
아니 되면 그냥 그렇게 세월에 묻혀 버릴 수밖에요.
96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