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 홀로 빈 사무실에서 쓸쓸한 선율을 가슴에 담고 있으려니
무척 고독합니다! 가정이란 소중한 자리 분명 느끼고 있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공허가 한없이 밀려 오는 것 느끼게 되었을 때
태초에 주어진 영혼의 빈자리라 생각하고 당연히 받아 들이고 있
지만, 홀로 채울 수 없음이 너무나 힘든 시간입니다.
슬픔을 애써 좋아하고 싶습니다. 너무 아련한 마음에 눈물 흘려
본 적 있나요? 이 글 조차 글 속에서의 한껏 감정 피우고 있지만,
현실의 세계는 그게 아닐 것입니다. 먼지 묻고 바람에 메말라 버
린 감정은 현실의 득실만 가득찰 뿐, 촉촉히 젖어 있는 대지에서
움트는 어린 싹 마냥 한껏 꿈을 안고 있을 수 없음이 슬플 뿐입니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느끼지요. 때로 눈망울에 맺혀지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천진난만하게 웃음 짓는 어린 아이들의 표정에서도,
해 저물어 가는 서편 건물 모서리에서도, 움터오는 새싹의 빛깔에
서도...
하지만 가슴 속에 맺혀지는 세상은 왜 이리 슬픈가요? 그리도
바쁘게 당차게 사시던 아버지의 말라버린 다리와 주름살에서 슬픔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영원한 방랑자가 되어 버린 '빠리의 운전사'
의 모습과 그의 가족들의 모습 속에서 가련한 눈물짓게 되는 슬픔 느
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속세 떠나듯 현실에서의 욕망 끊을 수 없음이
또한 슬픔이지요.
때론 담배연기로 때론 폭음으로 채워 보려 하지만 평온 올 날은
멀기만 합니다. 그저 산에서 내려온 경아의 눈으로 세상 바라보며
살렵니다. 느끼고 싶을 때 느끼고 채우고 싶을 때 채우고...
하지만 진실만은 언제까지나 간직하렵니다. 나의 삶의 모습이
어떠할지라도 내 맘 속에서 진실 사라졌다 느끼게 될 때는 정녕
나의 존재 가치는 상실되고 말테니까요.
슬픔 전하는 것은 싫습니다. 잠시나마 함께 아련한 가슴 애달파
한다 할지라도 그래도 나 살아 온 날들이 있기에 내가 해야 할 것은
세상을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게 이끄는 것일겝니다.
세상은 한없이 넓고 좋습니다. 내딛는 걸음 내딛을 때 설 곳 많으
니까요. 단지 내딛으려 하지 않기에 그저 움추려 드는 것이겠죠.
이제 글을 쓰면서 꿈 속에 머물던 나 -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입니다.
하늘의 빛은 그냥 머물게 하지 않으니까요....
9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