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거인과 난장이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1:13
 

  거인 나라에 난쟁이가 있었는지 난쟁이 나라에 거인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답니다.   하지만 어느날 거인과 난쟁이가 만나게 되었어요.  땅을 바라 보던 거인과 하늘을 바라 보던 난쟁이의 눈이 마주 했답니다.  새롭게 눈망울에 비춰진 서로의 모습은 신기하고 설레이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쁨을 주었답니다.   어느덧 둘은 고개를 숙이며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들어 올리며 발굼치를 올리고 이야기를 나누었답니다.  소근소근...

  하지만...  알 수 없는 날이 다가 오자, 거인과 난쟁이는 앞만 보게 되었답니다.  더 이상 난쟁이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된 거인은 그의 얼굴 조차 잊어 버리게 되었고...   거인의 다리만을 바라 보게 된 난쟁이는 그의 눈망울을 잊어 버리게 되었답니다.  

  그러나 난쟁이의 눈에는 거인이 발걸음 내딛기 전까지 거인의 모습이 비추어지게 되었고,

또다시 생각난 거인의 눈망울이 보고파서, 난쟁이는 거인의 눈을 향해 깡총깡총 뛰었답니다. 

그렇지만 앞만 바라 보던 거인은 더 이상 눈에 비추지 않는 난쟁이를 원망하면서 발걸음을

내딛게 되었답니다.  

  난쟁이와 거인은 그래서 헤어지게 되었되요...


                                                   2000년 7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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