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석양을 안고 떠나 갔습니다.
길 모퉁이를 돌아 가버렸습니다.
차마 달려가 잡을 수 없기에,
뒤돌아 발걸음 내딛는 그 모습
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 달려간 그 자리엔
눈물 자욱만이 남아 있습니다.
강 건너 저 언덕에 자리한
나무로 간직하기는 싫었습니다.
차라리 바라 볼 수 없을지라도
안개 속에 감추어진 나무가
되어 주길 청했었습니다.
바라 보지는 못할지라도
팔 뻗어 안으려 한다면
감싸 안을 수 있을테니까요.
늦가을 메마른 낙엽되어
헤어짐을 채 깨닫기 전에
바람결에 날려 가기 싫어,
떨어져 나가는 아픔 안고
애써 몸부림 치며
이 가을날에
떠나 가버렸습니다.
9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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