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이별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1:11
 

  가을 석양을 안고 떠나 갔습니다.

  길 모퉁이를 돌아 가버렸습니다.

  차마 달려가 잡을 수 없기에,

  뒤돌아 발걸음 내딛는 그 모습

  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 달려간 그 자리엔

  눈물 자욱만이 남아 있습니다.


  강 건너 저 언덕에 자리한

  나무로 간직하기는 싫었습니다.

  차라리 바라 볼 수 없을지라도

  안개 속에 감추어진 나무가

  되어 주길 청했었습니다.

  바라 보지는 못할지라도

  팔 뻗어 안으려 한다면

  감싸 안을 수 있을테니까요.


  늦가을 메마른 낙엽되어

  헤어짐을 채 깨닫기 전에

  바람결에 날려 가기 싫어,

  떨어져 나가는 아픔 안고

  애써 몸부림 치며

  이 가을날에

  떠나 가버렸습니다.


     981024


'방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이 되고 싶은 이유  (0) 2007.03.22
거인과 난장이  (0) 2007.03.22
서편 하늘  (0) 2007.03.22
아다지오와 술에 흠뻑 취한 날  (0) 2007.03.22
불혹의 상념  (0) 2007.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