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시인이 된다고 했나요?
난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기에,
사랑으로 나의 마음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서면 사라지는 무지개를 쫓아
아름답게 피어 오른 언덕을 향해 보았습니다.
채 다다르지 못하여 그저 바라만 보았을 때는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애절한 마음조차
저물어 가는 태양과 함께 사라져 버렸지요.
언덕 위에 오르면 한없는 행복 속에 젖을
것이라 생각하며 발걸음을 내딛었지만,
저 멀리 또 다른 무지개만이 보일 뿐
그리움으로 자리하던 그 꿈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들녘을 헤매어야만 했습니다.
수렁에 나의 몸과 영혼이 더렵혀질 것을 알면서도,
무지개 피어나는 언덕 위에 오르면
비로써 순결과 진실로 나를 감쌀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곳을 향해 이리저리 방황해야 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희미하게나마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눈을 감아 버렸기 때문인지,
아련하나마 언제나 바라 볼 수 있던
무지개 그 모습조차 찾을 길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지 못하여 시인이 되지 못한다면
술에 묻혀서라도 시인이 되렵니다.
그렇지 아니하면
삶은 정말 재미없는 것이니까요.
2001.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