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봄날의 소망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1:18
 

  정말 오랜만에 들어 오는 이곳입니다.

  한 때는 따스한 봄햇살을 느끼며 마음 속 이야기들을

낙서에 담아 보내곤 했지만, 이제는 메마른 대지 마냥

그 어떤 향기도 나의 가슴 속에서 찾을 길이 없습니다.

  올 봄에는 무척 내게 설레임을 안겨 주며 찾아 오고

있습니다.  재작년 겨울 부친의 영면 이후 작년 겨울

이곳으로 사무실을 옮긴 뒤 처음 맞이했던 봄은 부친의

추모록 출판 준비로 가슴에 미쳐 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된 봄날에는 어렸을 적 나의 고향이

되었던 미아리 집 정원 처럼 나의 손길이 닿은 나무와

꽃들을 여기 나의 농장에 심고픈 마음으로 설레임 안게

되었습니다. 

  최근 몇년의 시간은 나의 인생에서 또다른 변화의

기회를 주었습니다.  1년 사이에 잇달아 돌아가신 부모님

몇 년 실패 끝에 얻게된 막내 딸, 그리고 도시의 개발로

변화를 겪어야 하는 나의 아버지의 삶의 결실이 맺혀있던

이곳 농장의 변혁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설레임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어차피

영원히 채울 수 없는 고독일지라도, 대지에는 봄이 오고

있지만 오래 전에 잊혀진 나의 마음 속 봄은 올 날이 너무나도

멀리 느껴지기 때문에 지난 밤에도 지금 이 시간에도 채우지

못하는 허무가 있을 뿐입니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꿈이 그립고, 청춘의 뜨거운 그리움도

그립고, 별을 보고 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연정

또한 그립습니다.  세상을 사랑의 눈빛으로 바라 볼 수 있는

마음 속 행복도 그립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그 평범한 진리.  하지만 또한 진실입니다.

한곳에 오랜동안 머물게 되었을 때,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여행은 현재와 내일의 삶에 아름다운 향기를 남겨 준다는 것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대지에 찾아 오는 봄을 느낄 수 있듯

나의 가슴에도 봄날의 햇살이 비추게 되길 소망할 뿐입니다.


0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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