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가을의 바람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1:20
 

가을을 느끼게 하는 아침이었습니다.

현관문을 나서며 바라본 하늘은

내 마음속까지 푸르름으로 물들게 하였습니다. 

나의 영혼 깊이 그 빛깔이 비춰지길 바라지만,

지나온 나날을 돌이켜 볼진데, 이 또한 꿈일 뿐입니다.

그리고...

차를 달릴 때 내 가슴 안으로 밀려드는 허망함!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가족의 한 기둥이라는 이유만으로

삶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세상을 향해 부끄럽게 만들기에

또다시 나의 가슴을 쥐어짜게 됩니다.

하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습니다.

푸른 나무들로 가득한 나의 농장 정원을 바라보며,

그리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바라보며,

때로 순결해지는 나의 영혼을 바라보며,

오늘은 세상을 찬미하게 됩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그런 영혼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랄 뿐입니다.

스스로 만들어가지 못함에

더 이상 사유할 수 없는

날이 오길 기다립니다.

하지만

가을 하늘처럼 티없는

늦둥이 현주와

아이들이 있기에

이 또한 바램일 뿐입니다.

그러하기에

어느 날

가을 바람이

나의 영혼을 씻어 주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가을을 기다립니다.


0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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