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인가부터 취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을 몸속에 부어 넣는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기에" 그 모든 나를
망각 속에 빠뜨리기 위해 그러한가 보다.
부끄러운 나날들이 이어지기에,
잠결에 나를 묻어 두기 위해 그러한가 보다.
빈 가슴을 담배 연기로라도 채우자며 빨아대는
담배꽁초는 언제나 재떨이를 가득 메운다.
비어 있음이 아니라 헛된 욕망들로 가득 찬
영혼을 허공에 흩어지게 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더 이상 사유할 수 없는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자살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2001. 12.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