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자살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1:16
 

  어느 날인가부터 취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을 몸속에 부어 넣는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기에" 그 모든 나를

   망각 속에 빠뜨리기 위해 그러한가 보다.

      부끄러운 나날들이 이어지기에,

잠결에 나를 묻어 두기 위해 그러한가 보다.

  

  빈 가슴을 담배 연기로라도 채우자며 빨아대는

   담배꽁초는 언제나 재떨이를 가득 메운다.

  비어 있음이 아니라 헛된 욕망들로 가득 찬

영혼을 허공에 흩어지게 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더 이상 사유할 수 없는 그 날을 기다리며,

    나는 자살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2001.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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