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아다지오와 술에 흠뻑 취한 날

묵향의 이야기 2007. 3. 22. 21:02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되풀이 듣고 있습니다.  몇일 동안 계속된

  희뿌연 하늘 마냥 나의 가슴에도 안개 가득 드리우게 하기에, 쏘주

  한잔 곁들여 저물어가는 석양 빛과 함께 감정을 한껏 돋구고 있습니다.

    

    삶이 무언가 새삼스런 질문에 또다시 같은 답만 나옵니다.  그저

  살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어쩌다 희망 잃은 낙오자가 되었냐고

  묻겠지요.  후후...  한때 세상 참 새로왔지요.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많았고, 탑을 쌓아가듯 세월이 흐르면서 무언가 이룰 수

  있을거란 꿈도 가꾸었었지요.  하지만, 진작에 알고 있었습니다.

  미적분 곡선 같은 인생에서도 때론 그냥 꺾여 떨어지는 인생도 있다는

  것을 어린 시절 실패의 좌절을 안게 되었던 아버지의 모습에서도 보았고,

  어느날 전신마취에 들어서기 앞서 당신의 죽음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

  하셨던 말씀에 삶에의 허무를 진작에 가슴에 담게 되었고, 죽음의 선을

  넘었다가 돌아 오셨던 당신의 지금의 모습에서도 또한 삶에의 허무를

  느끼게 됩니다.  마음은 그 옛날 하늘과 땅을 향해 힘껏 발걸음 내딛던

  그 시절 그리워 하시지만, 몸 한번 뒤적이기 조차 힘들어 하시는 당신의

  모습 속에서 나의 훗날의 모습을 또한 그리게 될 뿐입니다.


    권력의 정상에 섰던 이들도, 부의 깊은 속에 한껏 도취 되었던 이들도

  인생의 바람결에서 한낫 갈대의 모습으로 전락되어 버리는 것도 보았습

  니다.  예...  삶은 그렇게 허무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우리 - 세상 배워

  나갈 때 세상은 검지 않고 마냥 하얀 것이라고 배워 왔듯이 아직 숨을

  이어가고 있는 이상 그래도 꿈과 이상을 머리 속에 그려야 된다 해야겠지

  요.  그러나 때때로 가슴 깊이 진실의 모습 드러내는 걸 어찌 하나요.

  알고 있어요.  살짝 빌려본 신문에 씌여 있던 어느 변호사의 이야기...

  가난한 어린 시절을 잊지 못해, 판사복 벗고 변호사 된 후 이름 드러내지

  않고 숱한 자비를 베풀었다는 얘기.  그외에도 우리가 배워 왔던 그런

  진실된 삶을 정녕 지켜가면서 가꾸어 가면서 살아 가는 많은 사람도 보아

  왔어요.  그러나...  나는 보통의 많은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들의

  그런 못난 아니 평범한 삶 속에 묻혀 있는걸 어찌 하나요. 


    행복은 만드는 것이겠지요.  무미건조해 가는 아내에 대한 마음을 애써

  가꾸기 위해 처녀 때 사진 서랍 속에 몇장 묻어두고 그 시절 그 마음으로

  돌아가려 몸부림 치기도 하지만...  그때 가득했던 그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해질 무렵 동호대교를 손도 채 잡지 못하고 다소곳이 함께

  발 내딛는 연인의 모습 내게 다시 올 수 없음을 안타까와 해야 하고,


  

   음...  약속 지키기 위해 떠나야 할 시간이군요.  괜시리 마음 한번

  한껏 흔들어 보고 싶어서 시작했던 이 시간!  좀 더 이어갔으면 합니다.

  음...  좋군요.  적당히 취기 오른 내 마음 그리고 저물어 가는 하루

  아직도 흐르고 있는 '아다지오'!   몇 시간 뒤 다시 사무실 찾으렵니다.



    다시 찾았어요.  타이핑 하기 조차 힘들 정도지만 그래도 이 공간은

  참 소중하게 느껴지는구려.  음..  지금 흐르고 있는건 발첼레(?)의

  캐넌(?)이네요.  아다지오가 나오기 전까지는 몇 곡 더 흘러야겠습니다.


    무엇을 표하려 했던가?  아직 실낱 같이 남아 있는 희망이 있기 때문

  일거예요.  그냥 안주하기 보다는 무언가 이루어 가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그래요. 아직은 가슴 속에 열망이 남아 있어요.

  비록 내가 택한 안주의 길이지만, 여기서 남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

  하고 있어요.  숱하게 방항하던 시간 - 알고 있습니다.  그냥 흩어 지나

  가는 시간일지라도 내 가슴...  빈 가슴 차곡 차곡 쌓아 갈 수 있는 것이

  라는 것.  하지만, 안타갑고 아쉬운건 더 이상 아련한 가슴을 안을 수

  없다는 것 그것이겠지요.  음... 이제 써 놓은 글 조차 보이질 않습니다.


    무엇을 표하려 했던가?  애초에 아무런 주제도 없었습니다.  지금 흐르는

  선율에 따라 내 마음 춤추듯 그저 흐르고 싶었습니다.  쏘주 두병을 마시고

  왔어요.  12시가 넘어 버렸어요.  허무와 비관으로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습

  니다.  나의 꼬마들에게 나의 술희와 통이에게 삶은 미련한 것이라고 가리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요...  그래도 살짝 들추어 보면 무언가 보람을

  찾아 볼 수 있는 것이 인생인 것이니까요.  버리지 말아야겠지요. 아직도

  삶이 이어가고 있는데 그 실낱 같은 꿈 마저 버려 버린다면 정녕 이어 갈 수

  있는 핑계가 없쟎아요.  '살고 있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라고 말할 수 밖에

  없쟎아요.  그건 너무한거예요. 그치요?  밝은 하늘을 바라 봐요.  깊은

  숲의 숨결을 느껴봐요.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봐요. 


    우리는 테두리에 얽매여 살고 있는거예요.  삶을 자신의 세계에만 가두려

  한다면 정말 진작에 버려야 할거예요.  낡은 책장 그 구석에 놓여 있는

  수면제 한병에 의지하여 어느때고 삶을 버릴 수 있다는 그 희망이라도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겠지요.  오늘 쏘주 마셨던 친구.. 참 너무 힘들것 같아요.

  

    음..  너무 횡설수설이 길어지는군요.  아직도 아다지오가 나오기까지는

  세곡이나 더 남아 있어요.  지금은 바하의 에어가 나오고 있어요. 좋군요.

  엊그제 술취해 집을 향하다가 낯익은 꽃나무 한 가지 휘어잡고 한껏 숨결

  모두아 흠뻑 드리 마셨어요.  라일락 향기...  지금은 비발디의 사계절이

  흐르고 있어요.  이태리 베니치아 골목을 헤매고 찾아간 작은 교회에서

  새삼 가슴에 담았던 비발디의 곡이예요.  빠빰빠빠...


    또 한 모금 찬 물 가슴에 가득 담았어요.  아다지오가 나오기 전까지는

  마무리짓고 싶지 않기에 그 흥분 그냥 담고 있어요.  참 하고 싶은 말

  많았어요.  뼈다귀만 남은채 그러나 정신 말짱한 아버지 당신의 모습 바라

  뵈면서 '불효자는 웁니다' 읖조리기도....  이제 아아지오가 나오고 있어요.

  그저 답답하기만 한 통이를 보면서 꽃밭에 흠뻑 물 뿌려 주어야만 하겠다는

  마음 다져 보기고 했어요.  총총 튀어 다니는 술희에게는 오빠에게 만큼

  사랑 주지 않고 있다는 미안함으로 한껏 뽀뽀해 주지만 언제나 고개 돌려

  피하기만 해요.


    후후...  너무 미안해요.  기나긴 나의 횡설수설 폎치게 만들고 있으니

  까요.   무릎 꿇고 빌고 싶어요.  하느님도 부처님도 믿지 않지만, 애절히

  가슴 끊어 내리는 이 선율 앞에서 정녕 진실로 나의 모습 대하고 싶은거예요.

  그래요.  허상 속에 묻혀 있던 내 모습 새삼 찾고 싶어 읖조리는 거예요.

  알고 있어요.  누구도 답 해 줄 수 없다는 것!  그저 달려 가면서 방황해야만

  해야 한다는 것도. 


   벼르고 벼르던 일 해야겠어요.  올림픽공원 그 언덕 거닐어 보고, 강변 아님

  석촌호수 거길 달려 봐야겠어요.  그저 움추리고 생각 또 생각한다 해도 답은

  내릴 수 없는 것이니 달려라도 봐야겠어요.  담에 보야겠어요.  실밥 풀어

  보려 했지만, 아직도 어디가 끝인줄 알 수 없군요.  술은 조금씩 깨어 가지만

  가슴에 맺힌 안개는 흩어질 줄 모르고 있어요. 


    큰 한 숨 쉬어 볼래요.  아직도 되풀이되는  '아다지오'가 내 가슴 애절히  

  쓸어 내리지만, 내일  - 하늘은 다시 바라봐야 하니까요.  큰 숨과 함께 들이

  마시는 담배 연기로 가득 채우고 지금 이 자리는 비껴 갈래요.  그래요...

  하늘을 바라 보세요.  깊은 밤 보다는 밝아 오는 새 아침을 맞이 하세요.

  나도...  그대의 가슴에도... 우리의 모든 가슴에도... 행복으로 만들어가요.

  

   큰 소리 질러 마무리 지으렵니다.  빠...빠..,.빰빠빠바...  빰빠바바....


   크게 흐르고 있어요.  지금도...  그 선율은... 내 가슴 깊이...


                                        1998년 4월 22일 시작할 떼 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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