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따라 길 따라

남도 여행길

묵향의 이야기 2007. 3. 23. 08:42
 

벗어나고팠습니다.

무엇에서 벗어나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그저 홀연히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얽매여 있는 현실이 있기에

몸도 비우고 마음도 비운다는 핑계로 떠나 왔습니다.


경남 사천(삼천호) 와룡산 아래 허스름한 시골집에

여장을 푼지 삼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용림선원이란 간판이 있지만,

참선도 다도도 건강식도 내게는 관심사 밖입니다.

그저 자유인이 되었다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일요일 아침 비스켓 몇 개만 먹고 남쪽으로 향하니

졸음과 고독이 엄습해 왔습니다.

고래고래 이 노래 저 노래 외쳐대며

창녕 아이씨에 다다르니 빗물이 창을 가리웠습니다.

오래전 형성되었다는 우포 늪지에서

어깨에 우산을 끼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어둡기 전에 목적지인 사천 용림선원에 도착해야 했죠.

남해고속도로에는 빗물이 퍼붓고 있었고

생소한 길은 나의 어깨를 굳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내 몸은 내 것이지만, 내 것은 내 몸이 아니다.

 내 마음은 내 것이지만, 내 것은 내 마음이 아니다."


몇 키로쯤 뱃살을 빼고픈 마음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내 마음에 담았던

'술 익는 마을 남도 삼백리'

그리고 섬진강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컸습니다.


몸도 마음도 비우고 싶어 떠나온 여행이지만,

몸은 비울 수 있되 마음은 비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명상의 시간을 갖고 싶었지만,

그저 숨쉬기에만 여념이 없는 시간들입니다.


어제 월요일 오전에는 남해를 드라이브 했고

도중에 공룡발자국 있는 곳에서 한적한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오후에는 숙변제를 먹고 속도 비웠고...


오늘 오전에는 여기 주인 아저씨의 안내로

하동의 어느 산속에 혼을 심고 있는 매실 농장을 찾았습니다.

36살의 농장 주인의 비범한 삶이 인상 깊었습니다.


오후에는 창원 주* 저수지에 다녀왔습니다.

전날 뉴스에서 하늘을 뒤덮는 새 때를 보고 달려간 것입니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오래전부터 동경해 왔던 철새도래지에 왔었다는 만족감에

오늘을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삼일간 물만 마셨지만 배는 고프지 않습니다.

지나치며 바라보게 되는 식당 간판이 나를 괴롭힙니다.

삼겹살 아구찜 짜장면 청국장...

입맛을 돋구던 그 기억이 나를 유혹하고 있을 뿐입니다.

특히 쏘주 - 크으....


기왕에 내딛은 여행이니.

일주일의 짧은 기간이나마

단식 금주 금욕은 성공해야 스스로에게 체면이 서겠지요.

비록 마음은 비우지 못할지라도....


내일 오전에는 청학동과 섬진강 나룻터를 거닐어 볼 생각입니다.

홀로 있다는 것이 외롭기도 하지만,

오직 나 자신만을 배려하고 관심 기우리면 되기에

자유인이 되었다는 행복에 젖을 것입니다. 내일도....


 2006. 10. 24. 사천 어느 지하 피씨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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