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同行 속 우리들 이야기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아! 그리고 언제나 그대 삶 속에 오직 가족만을 품고 살아가는 나의 아내여! 가족이라는 하나의 울타리 속에 있다지만, 우리 모두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삶의 이야기를 남기는 일상이 얼마나 있었고 앞으로 얼마나 있겠는가?
추억은 희미해지고 사진은 빛바래지는 것이기에, 꼭 잊지 않고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웠던 동행을 간직하고자,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한 달간의 지난 여정을 이 책에 남기려 한다. 우리들이 나누었던 속삭임과 우리들이 남겼던 발자국을 하나하나 풀어 쓴다면 책 한 권으로 엮는다 해도 부족할 것이기에, 하루도 빠짐없이 서로에게 충실했던 그 순간들을 일지 형식으로 남기려 하니, 먼 훗날까지도 이 책을 뒤적여 볼 때마다 그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2001년 7월 2일(월) 현주를 엄마 뱃속에 감추고 밴쿠버 공항에 무사히 도착하여 차 렌트. 서울에서 예약했던 GLENWOOD 8503번지 한국인 민박집 반지하 숙소에 도착.
3일 (화) TECUMSEH 초등학교 사전답사. 센트랄 파크 산책. 핸드폰 렌트 및 먹거리 등 장만.
6학년 현수와 2학년 현지의 어학연수를 핑계 삼아 한 달간 가족여행을 떠났다. 현수 현지는 공부에서 해방되고 아빠는 오직 엄마와 너희들에게 모든 시간과 마음을 함께 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지. 방과 후에는 밴쿠버 시내에 있는 공원을 놀러가고, 주말에는 여행을 하며 최대한 우리 가족 모두가 함께 있으리라 계획했던 한 달간의 일정이지만, 엄마 뱃속의 현주를 비롯한 모두의 건강에 대한 걱정과 무사고에 대한 염원으로 아빠의 어깨는 무겁기만 했다.
4일 (수) 입학. 월-금요일 오전 9시 수업 시작하여 오후 3시 수업 끝. 전자오락실을 들려 민박집 뒷마당에서 바비큐 파티.
5일 (목) 버나비마운틴에서 엄마와 데이트하고 디어파크 답사. UBC 인류학 박물관 관람 후 근처 고급주택가 드라이브. 비치에서 현수와의 대화. UBC 대학 6번 출구 아래 해변은 성인이 되면 가보렴-
6일 (금) 싸이프러스 드라이브. 강 여사 댁 방문 저녁 식사. 밴쿠버에서 휘슬러까지 이어지는 SEE TO THE SKY 도로 주행 후 휘슬러 시내 블랙콤 롯지 투숙(침대 하나. 소파 하나에 5식구 얼키고 설켜 잠). 현수와 시내를 뒤져서 육개장 컵라면 사와 늦은 저녁 식사
7일 (토) 휘슬러 시내 산보하고 곤도라 탑승. 블랙콤 등정 길에 곰 목격. 정상에서 눈싸움. 휘슬러 시내 인근 꽃동네(이웃을 위해 꽃으로 장식한 집들) 구경. 그린호수에서 큰 보트 승선하고 현수 현지 보트 운전. KEG 스테이크집에서 식사 후 오락실.
8일 (일) 그린호수에서 승마. 펨버트까지 드라이브. 알타 호수와 스쿼미시 계곡 전망대, 알리스 호수를 지나 OLLI 아주마 댁 방문. 올리 아저씨 세차장에서 세차 후 맥도날드 햄버거 먹고 샤논 폭포와 개울 구경. 라이온스 베이 근처 카페에 차 마시고 귀가.
(현수의 추억 : 스쿼미시 어학연수. 솔지형. 퍼레이드 축제. 벌목공 축제와 거리 행진)
9일 (월) 학교에서 식구들과 함께 점심 식사. 아이스크림 이동차(딸랑딸랑). 엘리자베스 공원 방문. 로얄옥 근처‘한우리’에서 식사
10일 (화) 버나비 민속 박물관. 디어레이크 (3인 카약. 공놀이. 오리 떼. 바베큐)
11일 (수) 학교에서 점심. 그랜빌 섬 방문과 선셋 관광배 탑승. 서울로얄옥 식사
12일 (목) 록키여행 숙박지 예약. BELCARRA BAY에서 라면과 바베큐. 게잡이 구경
13일 (금) 게틀 및 게잡이 라이센스 구입하여 벨카라에서 게잡이. 엄격한 제한 및 자율적 통제
14일 (토) 싸이언스월드. 롭슨거리. 스탠리파크 (자전거, 아쿠아리움, 마차. 뷰포인트. 라이온스 브릿지), 가스타운, 카나디안플fp이스, 하버센터. 인도인 식당.
15일 (일) 하루 종일 비. 현대백화점 선물 구입. 집 주인의 저녁식사 초대
16일 (월) 차이나타운. 중화정원 관람. 피씨방
17일 (화) 강여사의 중국 식당 점심 초대. 메트로타운 구경. 집주인 가족과 민박 가족을 안내하여 벨라카 게잡이 (집 주인이 이민 7년 만에 손님과 처음으로 함께 했던 외출)
18일 (수) 전자오락실. 2박 3일 빅토리아 섬 여행 준비 및 휴식
19일 (목) 방과 후 트왓슨 항구에서 페리호 승선. 스왓츠베이 근처 그린하우스(한국인) 민박. 부처가든(시크릿가든). 빅토리아 국회의사당 인근의 야경. 해안가 거리의 예술가. 해변 산책로에서 현수의 멋진 디스코 춤.
20일 (금) 수업 결석. 시드니 항구에서 게잡이 라이센스 구입. 시드니 섬으로 이동. 아기 머리만한 조개잡이(삽 대신에 조개껍질 이용. 아빠의 멋진 여행지 개척). 빅토리아 시내. 로얄브리티쉬박물관. 왁스뮤즘. 미니워처월드. 해양수족관. 귀가 길에 시드니항에서 게잡이. 게찜
21일 (토) 빅토리아 시내. 크리스탈가든(손가락 크기의 원숭이). CRAIGDARROCH 古城(지역 축제 행사 중). 돌고래 있는 해안 카페. 1번 도로 출발점. 해안도로 드라이브. 섹스피어 집. 나나이모를 거쳐 토피노로 이동. 늦은 시간 라면 사다가 끓여 먹음.
나나이모에서 토피노로 가는 길은 좁고 굽어져 있었다. 깊은 산속 길에는 지나치는 차량조차 보기 힘들만큼 외진 길이었고, 초행길이라 아빠의 어깨는 굳어 있었다. 모두들 잠들어 있었지만, 너희들의 숨소리는 아빠를 향한 속삭임으로 내게 힘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지금처럼 가족이라는 차에 함께 타고 있는 것이지. 지금은 함께 있지만, 어느 날인가 아빠가 먼저 내릴 것이고 엄마도 이 차에서 내리게 될 거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모두가 함께 있다는 것이란다. 자고 있는 너희들의 편한 여행을 위해 아빠는 조심스레 운전하고, 잠결 속에 있는 너희는 예쁜 꿈을 꾸고 있을 테니, 우리의 안전이 이 차에 달려 있듯 우리의 행복도 서로 이해하고 돕는 가정에 달려 있는 것이란다. 우리들의 사랑을 담고 오래도록 달려가고 싶구나! 편히 자고 있으렴!”
어느덧 토피노를 30여 키로 앞두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이 하나 둘 깨어나더구나. 서둘러 숙박지에 가고 싶지 않았지. 여행을 떠난 이유는 우리가 함께 행복을 담고자 했던 것이고, 그때 그 차안은 어느 곳보다도 우리들의 행복을 지켜주는 보금자리였기 때문이었어.
22일 (일) 수상 비행기 탑승(현수 조정간 잡아봄, 추락한 비행기 목격). 롱비치 박물관 구경. 해변에서 원반 던지기.나비의 집(CLOSED). 나나이모 항구에서 밴쿠버행 페리호 승선.
23일 (월) 민박 뒷마당에서 주인집과 바베큐 파티.
24일 (화) 주인집 안내로 NORTH BANCOUVER BAY에서 3가족 게잡이. 8마리 중 2마리 주인집 아저씨와 술안주. 빅토리아 게보다 맛있음.
25일 (수) 그라우스 마운틴 곤도라. 정상에서 밴쿠버 전망. 카피라노 계곡과 서스펜션 브릿지.
26일 (목) 귀국 및 록키 여행 준비. 아빠의 생일. 차이나 마켓에서 케잌과 초를 현수가 구입.
27일 (금) 등교 기간 중 언제나 엄마의 김밥이 최고 인기였음. 졸업식 후 웰링텅 스트릿에서 오후 3:40분 1번 고속도로 진입. 브라이달 폭포 휴식 후 5번 도로 주행 중 286 출구에서 메리트시 잠시 진입. 한국인 식당에서 저녁 식사 후 캠룹스 COMFORT INN 에 숙박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도로가에 대포가 덮개로 가려 진 채 있었지. 전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나라에 왜 대포가 설치되었는지에 대해 퀴즈풀기를 하며, 현수 현지는 아빠의 힘든 초행길 운전에 힘을 북돋워 주었단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마지막으로 계획했던 일정이기에 한편 홀가분한 출발이었지만, 부족한 아빠의 영어 실력과 쉼 없는 긴 여정 중에 엄마 뱃속의 현주가 말썽을 피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으로, 감춰진 아빠의 마음속에는 근심이 가득 차 있었단다. 그러나 아름다운 폭포와 호수 그리고 만년 이상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대빙하로 이루어진 록키 산맥의 일정은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너희들 마음과 추억에 담아 주고 싶었던 아빠의 과제였어. 마치 살아가면서 힘든 일들이 닥쳐도 헤쳐 나가야만 하는 것이 인생인 것처럼…….
28일 (토) 9시 밴프행 1번 도로 진입하여 오후 2시 골든 시에서 햄버거 점심. 오후 3시 요호국립공원 진입. 내츄럴브릿지. 에머랄드 호수 WAPTA폭포 TAKAKKA(탁카가우)폭포 구경. KICKING HORSE 고개 통과. 오하라 호수는 사전 예약 미비로 통과. 오후 6시 레이크루이스 갈림길에 있는 마운틴 식당 통과해서 오후 7시 밴프 시내 진입. 야경 구경 및 서울옥에서 식사. 9시 캔모아 MARRIOT RESORT 숙박
29일 (일) 9시 밴프의 보우밸리와 폭포, 스프링스호텔(세계 10대 호텔, 영화 <돌아오지 않은 강> 촬영지) 산책. 설퍼산 곤도라 통과. 미네완카 호수 드라이브. 1A 도로 우회 루이스 곤도라 통과. 12시 모레인 호수 구경 후 루이스 호수 도착(흰 눈과 노란 꽃들이 함께 호수에 비치는 루이스 호수. 샤또레이크 호텔. 세계적 비경). 밴프 시내로 재진입. 인디안 밀납박물관. 캔모아 숙소로 귀환
30일 (월) 루이스 호수 재방문. 93번 도로 자스퍼행. 까마귀발 빙하 전망대. 보우호수. 페이토호수. 개울가에서 라면. 1시경 아이스필드 도착(ATHABAS 대빙원. 설상차). 선왑타 폭포. 애싸배스카폭포. 휘슬러 산 케이블카. 정상에서 거의 원형에 가까운 무지개 배경 촬영. 자스퍼 시내 TONQUIN INN 숙박
31일 (화) 마린 호수(관람선 탑승. VIEW POINT에서 잠시 하선 후 사진 촬영). 애드먼트 방향 16번 도로를 미엣온천 입구까지 드라이브 후 자스퍼로 귀환. 피라미드 호수 드라이브. 김치하우스에서 늦은 점심. 오후 4시 30분 자스퍼 출발. YELLOWHEAD PASS 통과. 무쓰레이크 통과. 롭슨 마운틴 전망대 정차. 캠룹스 시내 한국인 식당에서 늦은 저녁 식사. 오후 11시 숙소(미예약) 도착
8월 1일 (수) 6시 켐룹스 출발. 지옥의 문 계곡 방문 위해 1번 도로로 우회. 길가에서 라면으로 아침 해결. 오전 8:30 HELL'S GATE 도착(거친 급류. 낚시터) 12시 정오 밴쿠버 버나비의 웰링턴 애비뉴 도착. 5박 6일 총 2,676㎞ 주행.
ENGLISH BAY 해변에서 열린 세계 폭죽 경연대회 불꽃 아래에서 마지막 밤 장식.
8월 2일 (목) 밴쿠버 공항에서 차량 반납. 12시 40분 그리운 집으로 출발.
기억나니? 록키 산맥의 마지막 기착지인 자스퍼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산 정상에서 바라보았던 원형에 가까운 무지개는 한 달간의 긴 여정을 사랑으로 채웠던 우리 가족에 대한 하늘의 축복이었어. 그리고 밴쿠버의 마지막 밤하늘에 수를 놓았던 폭죽은 이번 여행을 마감하면서 아빠 가슴 속에 혼재되어 버린 행복과 사랑 그리고 안도의 마음이 한꺼번에 꽃을 피운 것이었지. 거친 여행길을 잘 버텨 주었던 현주 그리고 양보와 배려의 마음으로 서로를 감싸 주었던 현지 현수가 대견스럽고, 또한 넓은 마음으로 너희들을 감싸 주고 보살펴 주었던 엄마에게 고맙기만 하단다. 비록 집으로 돌아가면 또다시 공부에 시달리고 일상에 쫓겨야 하겠지만, 우리들이 한 마음으로 동행하면서 만들었던 캐나다에서의 여정이 바삐 살아가야 하는 너희들 삶에 때때로 여유를 넓혀 주는 추억이 되었길 바란단다.
2006년 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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