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저물려 할 때 방충망 청소를 한다며
나는 집안을 온통 뒤집어 놓았다.
채 마무리도 하지 않고 축구중계를 본다며 TV 앞에
앉으니, 걸레질 하던 아내가 볼 멘 소리로 현주 데리고
놀이터에나 다녀오라며 닦달 거린다.
마지못해 현주의 자전거를 뒤쫓아 놀이터에 발을 내딛으니,
동네 아줌마들의 계모임이 열린 모양이다.
축구 중계에 떠밀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20대 30대 초반 중반의 미시들이 놀이터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다.
손녀인 듯싶은 여자 아이가 아빠라 부르는 늙은 남자는
서 있을 자리조차 찾지 못하고 주변만 서성거린다.
시소를 태워달라며 내 손을 이끄는 현주 덕에
나는 놀이터 중앙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어린 꼬마 녀석이 엄마 손을 끌고 다가선다.
나의 한 손으로 시소를 하던 현주의 반대편 자리를
그 녀석에게 내 주니 둘 다 신이 났다.
엄마와 함께 타고 싶다며 떼를 쓰는 그 아이 성화에
현주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자 하니 미동도 하지 않는다.
긴 생머리에 처녀처럼 보이는 그 미시 아줌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시소를 타자고 청한다.
‘본다 SEE 봤다 SAW' 다시 ’시소‘
어느덧 아이들의 시소가 아니라
처녀 같은 미시와 중년의 아저씨의 시소가 되어 버렸다.
0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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