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다 가다 반복되며 차들이 서행하고 있다.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 놓고 석양을 바라보고 있을 때,
'쾅' 소리와 함께 뽑은 지 일년도 안된 내 차가 크게 흔들거렸다.
'AC'를 내뱉으며 차에서 내려 뒤쪽으로 가니,
포크레인을 실은 낡은 트럭에서
50대 아저씨가 서둘러 내려 온다.
'바가지 안 씌울테니 면허증 줘요!"라는 나의 말에
기사는 안절부절 못하며 서둘러 면허증을 내민다.
내 범퍼에 트럭 번호판 자국이 선명히 나 있고
이곳저곳에 흠집이 보인다. 내 번호판의 봉인 나사도
길바닥에 떨어져 있다. 그나마 겉보기에는 그외의
찌그러진 곳은 찾을 수 없다.
그 아저씨의 주민번호 면허번호 전화번호 집주소 등등을
적게하고 우리 차 뒤로 늘어선 차량들을 위해 서둘러
내 차에 다시 올랐다.
"도색만 하면 될 것 같네요!"라던 그 아저씨의 말은
귓가에서 사라지고, 몇 년 전 일이 생각난다.
잠시 졸다가 앞 차를 쾅! 아무런 충돌 흔적도 없었지만
내 인적사항을 적어주고 연락처를 알려줬던 운전자에게서
몇 일 뒤 전화가 왔었다. 정비소에서 뒷범퍼를 뜯어
손질을 보았으니 10만원을 보내 달라는 연락이었다.
겉보기에는 흠집 이외의 문제가 없으니 그냥 도색이나 할까?
아냐... 분명 범퍼 안의 스프링에 문제가 생겼을거야!
어쩌면 범퍼에 있는 경고 센서에 이상이 생겼을거야!
흠집 하나 없던 범퍼이니 전부 갈아 버릴까?
도색만 하던, 범퍼를 뜯어 보기만 하던 간에
최소한 몇 십만원은 그 운전자에게 돈을 청구해 할 것 같다.
두 사람 모두에게 재수 없는 날이었어!
하지만 어차피 범퍼라는 것이 받히라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 시간이 흐르면 흠집나고 망가지고 하는 것인데,
경고센서도 이상 없고 겉보기에 형틀도 그대로이니
파란색 페인트 묻은 것만 지워내고 그냥 써야겠다.
그렇지만 앞서가는 차들의 깨끗한 뒷범퍼를 보면
한동안 내 마음은 씁씁할 수 밖에 없을거야!
그래도 오늘 내가 마음을 비우면 두 사람의 마음이 편해지겠지?
어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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