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차를 몰고 다닌 지 25년 동안, 오늘 열쇠를 건네받은 모하비를
포함하여 8개의 차의 주인이 되었네요. 하지만 나의 결심으로 차종을
선택한 것은 27만 키로 달리고 있는 오피러스에 이어 두 번째.
나머지는 아버지의 차를 물려받았었지요.
8년 전 차 구입의 선택 기준은 두 가지였어요. 외제차 배제, 그리고
가장 좋은 차종은 나보다 능력 많고 사회적 대우를 받아야 하는 이들에게
양보하겠다는 것. 이번에도 같은 기준이었지요. 단지 SUV 차량이기에
두 번째 기준은 예외가 되었네요.
승용차로 바꿀 것인가 SUV로 변경할 것인가 고민했어요. 앞으로 차를
교체한다면 이번까지 두 번쯤? 더 늙기 전에 나도 이런 차를 타고
싶었어요. 그리고 항상 꿈꾸던 - 깊은 두메산골에서 선루프를 열어
놓고 밤하늘의 별빛 아래 밤의 속삭임을 들으며 꿈나라로 여행하고
싶었던 이유지요.
그리고 30여 년 이상 매만졌던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여기저기 엮은 출사 팀들과 높고 낮은 곳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이제 Vegabond가 되어 나의 저녁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을까?
내가 SUV 차종으로 바꾸니 와이프만 입이 쫙 벌어졌네요. 내년 봄쯤
아내의 차도 바꿔줘야 하는데, 그래도 집의 승용차로 조금은 체면을
차려야 하고 나의 차종 선택 조건 중에서 가장 좋은 것을 골라야 하니,
결국 두 단계 레벨 업이 되어야 할 것이니까요.
하지만 인간관계이든 그 어떤 것이든 살짝 스쳐간 인연일지라도 쉽사리
떨치지 못하는 성격이기에 아픔이 큽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나와 함께했던 그 모습은 결코 지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떠나보내기 전에 맑은 엔진 오일이라도 가득 채워 보내야겠습니다.
어찌 하나요? 삶이란 것이 만남과 이별이 반복되는 것을...
그렇게 만남과 이별이 새롭게 펼쳐지고 말았습니다.
정들었던 오피러스와의 작별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안녕~
2014.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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