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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님의 눈물 2014년 12월 21일

묵향의 이야기 2017. 8. 14. 07:53

어제 매형 아버님의 부고를 받고서 여동생 부부와 함께

전주로 향하던 중, 대전 이모님을 몇 년 만에 찾아뵈었다.

 

현관문을 열자 어리둥절하시던 당신은

내 얼굴을 보자마자 두 팔을 뻗어 내 두 뺨을 감싼 채

“상철아! 상철아~” 외치시며 눈물만 펑펑 쏟아내신다.

 

다행히도 거동하시는데 불편은 없어 보였지만,

귀에 가까이 대고 큰 소리를 쳐야만 간신히 말씀을 알아들으시며

연신 네 명의 손을 번갈아 잡으신다.

 

그리고 한탄의 말씀을 토해 내신다.

“어젯밤에도 천주님께 기도를 올렸지.

상철이 경희 준희 잘 살게 해 달라고!

내가 동생보다 먼저 갔어야 했는데,

죄가 너무 많아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네.”

 

늦은 점심이지만 식사를 가시자는 우리들 청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시며 아니 나간다고 하신다.

2년 전부터 일체의 외출을 삼가고 계신단다.

너무 오래 산 것이 부끄럽다고!

내 엄마도 부끄러움이 무척 많으셨는데.

 

오래 머물지 못하고 일어서려 하니 무척 서운해 하신다.

현관 밖까지 나와서 내 아내의 손을 잡고 말씀하신다.

“아범 술 먹게 하지 마! 때려줘~ 때려줘!”

 

에고~ 이제 와이프에게 맞을 일만 남은 것 같다.

내후년에는 백세 잔칫상을 펼쳐 드려야겠다.

청기도 해 드리고 싶은데...

 

이모님이 9살 위 언니이시니

어머니가 계셨다면, 여든 아홉의 생일상을 올렸으련만!

 

2014.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