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여동생의 손에 등 떠밀려
아내와 몇 년 만에 영화관을 찾았죠.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오!”
연신 눈물을 흘리는 아내의 손을 잡아 줄까하다가
민망해서 손을 움직이지 않았는데,
결국 내 눈물을 닦기 위해 안경을 들어 올려야 했지요.
이번 겨울 뇌경색을 각오하라는 의사의 경고가 떠올라
오랜만에 백화점을 찾았어요.
그럴 수밖에... 지난 시월에는
소주 한 병으로 아침을 열고
소주 한 병으로 하루를 이어가고
소주 몇 병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나날이었으니,
6개월의 한 번씩 찾아가는 검사결과가 당연한 것이었겠죠.
하지만 매번 갈 때마다 술 마시지 말라는 의사에게
“같은 병원 의사 친구에게 알아보니 선생님도
약주 좋아하신다면서요?”라며 들이 받았던 것에 대한
복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죽음은 아쉽지 않더라도
두 딸의 결혼식 때 온 몸을 기우뚱거리며 (막내 현주 몸짓 표현)
입장하면 너무도 자존심 상할 테니, 거의 대머리 수준의 머리통을
감싸주려고 모자를 곁에 두기로 했던 것이죠.
아마도 엄마를 닮아서인지 길거리 동냥 통에 천 원짜리 넣는 것도
쑥스러워하는 성격이기에 내 머리통이 아무리 추워도 굳세게 버텨왔지만,
술과 담배는 줄이지는 못할 터이니 얼굴에 철판 깔고
모자의 힘을 빌려 올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로 결심했던 것이랍니다.
까짓 모자 하나 사는데 백화점에 갈 필요 있을까 했지만,
“당신은 못생겼으니 옷과 장식품은 비싼 것으로 치장해야 한다.”며
자신은 마트에서 철 지난 것들을 사 입는 아내의 손에 이끌려
백화점에 갔던 것이었지요.
‘짜잔~’ 하며 집 현관문을 들어서니 아들놈이 박장대소하며
스마트폰을 들이민 것이에요. 내일은 알 수 없는 것이지요.
알 수 없다고 그냥 일상을 내팽겨 칠 수 없는 것도 현실이지요.
새로운 벗이 된 ‘모하비’ SUV 차 그리고 세 개의 모자도
설령 올 겨울이 지나기 전에 이별하게 될지라도,
내게는 지금 필요한 벗인 것이죠.
201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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