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따라 길 따라

샌디에고

묵향의 이야기 2007. 3. 18. 10:08
 

  남으로 향한 프리웨이를 들어서니 운전하는데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냥 그 길만 따라가면 샌디에고와 멕시코의 티후아나를 나의 추억에 담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의사 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 이국땅에서 홀로 떨어져 여정을 꾸려 가기로 했을 때, 학창시절 시골길을 달리는 직행버스에 몸 담는 것을 즐거움으로 느끼던 그 여정들을 생각하며 버스편을 이용할까 생각했지만 목숨걸고 타라는 이민간 친구의 말에 그만 기 죽어 포기하고, 비행기편 이용하라는 권유는 길을 따라 지나치는 정경의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어 렌트카를 하기로 결정하고 명동에 있는 허쯔 회사를 찾아 소나타급으로 예약하고 LA공항에서 미국 땅 위의 나만의 자유를 얻기로 했었다.  


  순찰차 경찰 총에 맞아 죽지 않게 정신 바짝 차리라는 미국 친구의 엄포 그리고 혹 사고라도 났을 때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나의 영어 실력과 교통관습이 아주 많이 틀릴 이국땅에서의 운전이 많은 걱정과 부담으로 달라스 시카고 그리고 LA에서의 여정에서 내내 나의 머릿 속에 자리 했다.


  아버지 친구의 도움으로 오렌지카운티 공항에서 렌트하기로 변경했던 것을 잘한 결정이라 생각하기도 전에 나의 앞에 나온 하얀색의 세이블은 한국의 오토매틱과 다른 구조의 기기배치에 나를 당혹케 만들고 말았다.   에고~


  아~  졸렵다!  벌써 보름 이상 버스에서 내내 잠 속에 빠져 드는 것이 몸에 베서인지 이내 눈꺼풀은 자꾸 아래로만 깔린다.   프리웨이 옆으로 태평양이 보임직도 한데 차 안에서 돼지 몇마리를 잡아도 정신은 자꾸 희미해져만 간다.   오늘 샌디에고의 고래쇼와 동물원을 둘러보고 멕시코 티후아나에 발을 들여 놓은 뒤 어떻해서든 태양이 떠 있을 때 샌디에고에있을 여관에 여정을 풀어야만 되기에, 나의 허벅지는 사정없이 꼬집힌다.


  얼마를 달렸을까 이젠 시간이 많이 흘러 기억 많이 지워졌지만, 아마도 두시간 채 못되어 LA에서 샌디에고로 나의 육신과 영혼이 옮겨 졌으리라.   그동안 미국 공항이나 책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지도를 바라보는 실력이 쌓아져서인지 프리웨이에서 나와 어느 시내길을 들어서 다소 헤매다 보니 샌디에고 씨월드 표시가 보인다!  드디어 왔다!  샌디에고에 들어서면서 부터 내린 빗줄기는 다소 가늘어졌지만, 씨월드 주차장은 나의 시야에 나올질 않는다.  차를 세워 어디로 가야는지 묻기 보다는 아마 차라리 삼십분 정도 차로 헤매는 것이 시간을 더 절약하는 길이리라.


  주차장은 곳곳에 물이 괴었고 평일인데도 많은 차들이 모여 들었다.   멀리 타워가 보이지만 출입구가 어딘지 알 수 없다.  그저 노랑머리 사람들 뒤쫓아 걸으니 씨월드다!   드디어 씨월드에 온 것이다! 


  LA의 어느 호텔 로비에 꽂혀 있던 씨월드 3달러 할인티켓을 지갑에서 꺼내 창구에 전하니, 쇼일정에 맞추어진 나의 스케줄이 나온다.  아직도 가야 할 곳이 많았기에, 한시간 가량의 시간적 여유가 많은 망설임을 낳게 했다.   결국 샌디에고 동물원을 다녀 오려던 생각을 바꾸어서 저녁에 묶을 여관도 알아 볼 겸 해서 해변도로로 향했다.  마땅한 싸구려 여관은 눈에 보이질 않고, 저멀리서 파도타기를 즐기는 몇사람의 모습이 보였지만, 철이른 오월이라 그런지 금발의 비키니 입은 아가씨들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하룻동안 유효한 주차티켓을 제시하고 다시 들어선 주차장은 이미 낯익은 곳이 되어 있었다.   스케줄에 나온 시간에 맞추어 입구를 들어서니 많은 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래의 일종으로 돌고래 보다 몇배나 큰 삼바의 수중쇼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종종 TV에서 보았던 쇼라 가슴 설레는 흥분은 오지 않았지만, 감정의 표현을 솔직히 펼쳐 보이는 관중들의 모습과 정녕 감탄할 만한 삼바의 쇼 그리고 조련사의 호흡은 비로서 씨월드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동물원과 멕시코 티후아나를 다녀와야 한다는 부담으로 마음은 바뻤지만, 또다시 올 수 없을거란 생각에 아래로부터 회전하며 높이 올라가 씨월드의 모습을 한눈에 보게 하는 전망대는 씨월드와 샌디에고의 전부를 나에게 안겨 주는 듯 했다.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들려 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발걸음 멈추니 한국인들이다.   사진 한장 찍어 달라는 영어 표현이 오리무중 생각이 나질 않아 캐리커쳐 한 장으로 떼우려던 생각을 바꿔 드디어 씨월드를 배경으로 나의 모습을 담았다.  혼자만의 여행을 시작한 첫 식사의 결심은 날 무척 힘들게 했다.   도대체 그 흔해 빠진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집은 보이질 않고, 뱅글뱅글 돌아도 낯설은 음식점만 나타난다.  굶을 것인가 뱃 속을 채워야 할 것인가로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한참 서서 남들 하는 모습 지켜본 뒤 용기내어 구석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서울서는 밥 같지도 않은 햄버거 가 왜 그리도 그리운지...   꼬마들이 오면 마냥 즐거워할 씨월드였겠지만,   이방인의 눈에 비친 그곳은 그저 그런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돌고래 쇼로 알려진 씨월드였기에, 세시 가까이 되서야 시작한 돌고래와 조련사들의 멋진 모습은 놓칠 수 없었다.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는 감탄을 아니 할 수 없는 쇼였다.   비록 세시간 정도만 둘러 본 씨월드였지만, LA에서 몇일 머물 일정이라면 아침에 와 하루일정으로 한번쯤 보고 돌아갈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이제 운전이 다소 익숙해졌다.  비록 구조는 다르다 할지라도 오토매틱이라 길 안내판을 둘려 볼 여유는 생겼다.   하지만 지도를 따라 찾아 간 곳은 엉뚱하게도 골프장이었다.  개괄적인 위치는 그 부근일것이라는 생각과 바쁜 마음으로 지도는 내팽기치고 감으로 찾아가기시작했다.  몇분 달리니 ZOO 표시가 나온다.   '역시 길 찾는데는 일가견 있어!"


  오후 네시쯤 도착한 동물원의 가격 표지판에는 세가지인가(?) 구분하여 표를 팔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나마 폐장 시간전에 왔기에 동물원에 발이라도 들여 놓고 '다녀 왔다!' 떠벌일 수 있으니 다행이었다.   어찌 할 것인가?   가이드와 함께 다니며 둘러보는 코스와 순환버스에 올라 둘러보는 코스 그리고 입장하여 자유롭게 보는 방법이 있었으나, 나에게는 내일의 일정과 티후아나에 대한 향수만이 가득했기에 가장 빨리 동물원을 둘려 볼 수 있는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뻥 뚤린 이층차에 올라 타 굽이 굽이 돌아 보니, 거대한 동물원이란 느낌 보다는 산 속에 자연과 어울리게 만들어 놓 울타리에 그저 몇마리의 동물들을 사육하는 그런 곳으로 밖에 눈에 들어 오질 않았다.  순환버스 방송에서는 무어라 떠들어대지만, 리스닝 컴프리헨션(스펠링 다 잊어 버렸다!)  시간도 아니기에 지나가는 바람결 마냥 흘러 보내고, 왔다 갔다는 증표 남기기 위해 비디오에 동물원 구석 구석 모습 담기에 바뻤다.   표를 끊어 버스에 올라 타 한바퀴 돌고선 내리자마자 주차장으로 나왔다.   아마도 한시간만에 샌디에고 동물원 구경을 마쳤을게다.  마음이 바뻐서 그랬던지 굳이 일정을 쪼개어 와 볼만한 곳은 되지 않았다.


  바쁘다 바뻐!  어두워지면 길가에 차 세워 놓고 노숙해야 할 판이니 미서부의 저 남쪽 끝으로 향하는 나의 마음은 쫓길데로 쫓겨 어떤 흥분 같은 건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무조건 가야 한다는 생각만이었다.   아뿔싸!  프리웨이를 타고 달리다 보니 '마지막 주차장'이란 표지가 보인다.   '아니 벌써!'  아주 오래 전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국경이 바로 여기였다.국경없는 나의 땅에서만 살았기에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미국 국경을 넘으면 멕시코 땅 위에 티후아나라는 자그마한 도시에서 쇼핑을 풍족하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어떻해 국경을 넘을 것이며, 자그마한 도시라면 서부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마을 정도일까?   샌디에고 씨월드나 동물원 보다는 티후아나를 와 보고 싶었기에, 친구가 있는 북쪽으로 향하지 않고 이곳 남쪽으로 먼저 여정을 시작했던 것이었다.   대학 때 저 멀리 동해 한 점 울릉도를 한 겨울날 홀로 찾았던 것 처럼...   그리고 허리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일박이일로 도보 여행했던 것처럼...                   

'구름 따라 길 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들과의 중국 여행  (0) 2007.03.18
백두산에서  (0) 2007.03.18
로스엔젤스  (0) 2007.03.18
시카고  (0) 2007.03.18
미국 달라스  (0) 2007.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