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품 안에 잠겨 있습니다. 님의 가슴 속에 어느 때인가 안기고자
갈망 했건만, 이렇게 불현듯 다가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긴 비포장
도로를 따라 6시간을 보내고, 나무 하나 없는 그 가파른 오르막 길을
덜렁거리는 찦차에 몸을 맡긴채 망연히 그 넓은 만주 벌판을 바라보며
망연히 머뭇거리다 보니, 그토록 갈망하던 님의 곁에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신비한 모습으로 드리워지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풀 한포기 없는
그 땅 끝 한 점에 나 서서 님의 깊은 모습 바라 보게 됨에 차라리 만남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남기던 때가 그립기 조차 합니다. 숱한 사람들의
발거음 내딛고, 나 왔다 갔다고 외쳐 대겠지만, 어찌 느끼지 못하리오.
어리목 산장을 지나 백록담 아래에서 휘몰아쳐 올라오는 흰구름에 싸여
티끌 보다 더 작은 존재... 아니 티끌 보다 더 적은 하나로 나 그 자리에
있음을 느끼던 그 날의 마음일 수 없음 알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때묻어
살아 왔으니까요. 나는 지금 님의 품에 안겨 있을 뿐입니다.
밤새워 느끼고 싶습니다. 어찌 감정으로 빚어낸 삶의 사치라 하시겠습
니까. 무엇을 바라기에 바로 이 시간만을 위하여 2진법 기계덩이를 지고'
왔겠습니까? 그냥 그대로 나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님의 심장에서 장지연 폭포를 거쳐 흘러 내린 뜨거운 님의 물줄기를
몇번인가 아쉬움 떨구어지도록 두 손에 모두아 나의 가슴을 적시었습니다.
아주 잠시 담구었던 그 손은 뻗뻗해져 버렀습니다. 나의 속도 그처럼
굳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깊은 속부터 굳어져 버린다 한다면,
님의 발 아래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욕의 마음에서 벗어 날 수 있을
테니까요.
9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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