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따라 길 따라

백두산에서

묵향의 이야기 2007. 3. 18. 10:09
 

  님의 품 안에 잠겨 있습니다.  님의 가슴 속에 어느 때인가 안기고자

갈망 했건만, 이렇게 불현듯 다가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긴 비포장

도로를 따라 6시간을 보내고, 나무 하나 없는 그 가파른 오르막 길을

덜렁거리는 찦차에 몸을 맡긴채 망연히 그 넓은 만주 벌판을 바라보며

망연히 머뭇거리다 보니, 그토록 갈망하던 님의 곁에 다가서게 되었습니다.

  신비한 모습으로 드리워지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풀 한포기 없는

그 땅 끝 한 점에 나 서서 님의 깊은 모습 바라 보게 됨에 차라리 만남

가슴 속에 그리움으로 남기던 때가 그립기 조차 합니다.  숱한 사람들의

발거음 내딛고, 나 왔다 갔다고 외쳐 대겠지만, 어찌 느끼지 못하리오.

어리목 산장을 지나 백록담 아래에서 휘몰아쳐 올라오는 흰구름에 싸여

티끌 보다 더 작은 존재...  아니 티끌 보다 더 적은 하나로 나 그 자리에

있음을 느끼던 그 날의 마음일 수 없음 알고 있었습니다.  그만큼 때묻어

살아 왔으니까요.   나는 지금 님의 품에 안겨 있을 뿐입니다.

  밤새워 느끼고 싶습니다.  어찌 감정으로 빚어낸 삶의 사치라 하시겠습

니까.  무엇을 바라기에 바로 이 시간만을 위하여 2진법 기계덩이를 지고'

왔겠습니까?   그냥 그대로 나의 모습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님의 심장에서 장지연 폭포를 거쳐 흘러 내린 뜨거운 님의 물줄기를

몇번인가 아쉬움 떨구어지도록 두 손에 모두아 나의 가슴을 적시었습니다.

아주 잠시 담구었던 그 손은 뻗뻗해져 버렀습니다.  나의 속도 그처럼

굳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깊은 속부터 굳어져 버린다 한다면,

님의 발 아래 세상 살아가는 사람들의 오욕의 마음에서 벗어 날 수 있을

테니까요. 



  9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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