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계절이 절반을 넘어 서게 되면, 나 살고 있는 곳은
남한산성 덮고 있는 아카시아 향내 밤바람 타고 흘러 내려
한껏 나의 후각을 즐겁게 한다.
얼마 전 어둠 내릴 무렵 남산 기슭 학교로 향할 때 살며시
다가선 아카시아 향내는 이미 오랜 전에 나의 영혼을 망각케
했던 그 순간을 되새기게 했다.
한낮에 시계추 처럼 움직이던 용산 어느 병영의 깊은 밤은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용산역 앞 유흥가의 번들거림 그 존재
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고요와 적막만이 찾아 든다.
무슨 일이었던가? 아뭏든 아마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내무반
길 건너편 사무실 건물에서 잠을 청하려 내무반으로 발걸음 옮
기기 위해 나즈막한 건물의 문을 열어 제끼고 몇걸음 내딛던
순간 !
육신의 움직임 영혼의 움직임 그리고 공간과 시간의 흐름
모두 한 자리에 정지되어 버린채, 옅은 구름을 헤치며 내리는 달빛
에 감싸여 지상의 끝과 시작도 없는 어느 허공 속에서 하느적거리는
나의 존재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머물고 있되 머물고 있지 않음
이었고, 존재치 않되 존재하고 있음 어스름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찰라였을 뿐이었다.
아득한 저 세상의 존재에서 비로서 깨어 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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