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아카시아 향기에 취한 밤

묵향의 이야기 2007. 3. 20. 19:45
 

  오월의 계절이 절반을 넘어 서게 되면, 나 살고 있는 곳은


남한산성 덮고 있는 아카시아 향내 밤바람 타고 흘러 내려


한껏 나의 후각을 즐겁게 한다.


  얼마 전 어둠 내릴 무렵 남산 기슭 학교로 향할 때 살며시


다가선 아카시아 향내는 이미 오랜 전에 나의 영혼을 망각케


했던 그 순간을 되새기게 했다.


  한낮에 시계추 처럼 움직이던 용산 어느 병영의 깊은 밤은 불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용산역 앞 유흥가의 번들거림 그 존재


조차 인식하지 못하게 고요와 적막만이 찾아 든다.  


  무슨 일이었던가?  아뭏든 아마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내무반


길 건너편 사무실 건물에서 잠을 청하려 내무반으로 발걸음 옮


기기 위해 나즈막한 건물의 문을 열어 제끼고 몇걸음 내딛던


순간 !


  육신의 움직임  영혼의 움직임 그리고   공간과  시간의  흐름


모두 한 자리에 정지되어 버린채, 옅은 구름을 헤치며 내리는 달빛


에 감싸여 지상의 끝과 시작도 없는 어느 허공 속에서 하느적거리는


나의 존재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머물고 있되 머물고 있지 않음


이었고, 존재치 않되 존재하고 있음 어스름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찰라였을 뿐이었다.


  아득한 저 세상의 존재에서 비로서 깨어 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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