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희망사항

묵향의 이야기 2007. 3. 20. 20:01
 

   차를 타고 드라이브 할 때는 일상에서 벗어나 한껏 자유로운 사고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차 문을 열고 밖을 나서면 매서운 추위에 몸을

움추리게 될지라도, 나만의 그 공간은 언제나 아늑한 자리일 뿐이다.


  엊그제 강변을 달려 왔다.  달려 갈 때는 가을의 빛깔이 아닐지라도

세상에 비추어지는 햇살에서 존재의 평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변화하고 멈추어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어제 그리고 오늘 또다시 내일을

지나친다 할지라도, 바라는 보는 나의 눈망울 안에 있다는 것은 불변이다.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나의 마음의 잣대일 뿐이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기는 쉬울지라도 그 손바닥을 뒤집으려는 마음을 실행에 옮기기

힘든 것이다.


  돌아 올 때는 '멋진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생각 갖게 되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중년이란 그 흐름 속에 와 있다.  사십하고도 하나가 더

얹혀졌으니 아무리 그 시절 그 마음 속에 묻혀 있고 싶어도, 정말 이제는

아저씨일 수 밖에 없다.  중년의 아저씨...  내가 중년의 아저씨가 된건가?


  지난 해의 절반은 무척 힘든 한해였다.  비록 할 일 못 찾고 있는 백수

생활 5년이었지만, 그래도 내게 닥쳐 올 그 무언가 때문에 마음을 조아

리며 바쁜 마음 속에서 지내왔다.  불쑥 닥쳐온 그 일들은 내가 한번쯤은

헤쳐야 했을 일이었다.  일들은 닥쳐 왔고 시간을 흘러갔고 번뇌와 망설임은

이어져 결과를 낳게 되었고 이제는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막연했지만

가슴에 자리했던 그 삶의 방향에서 결국 짐을 덜어 냄과 함께 찾아 온 것은

공허이다.  별자리를 구름에 앗기어 버린 것이다.  찾아 가야 함을 벗었기에

또다른 자유를 얻었지만, 제 2기의 백수 생활의 이정표를 세워야만 할 때다.


  정말 멋진 아저씨가 되고 싶다.  유혹을 쫓아 가지 아니하고 다가 온 희비

를 담담히 받아 드리고 싶다.  가을의 햇살 마냥 세상 사람 세상사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 보고 싶다.  검은 속의 모습일지라도 밝은 빛깔로 덧칠하고

덧칠하여 맑은 탈이라도 써 보고 싶다.  통이와 술희 손을 한번이라도 더

잡아 주고 싶다.  조금은 손해 보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드리고 싶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때 나의 마음도 아름답게 된다는 것 정말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얕게 살아온 삶...  이제는 깊어지고 싶다.


  하지만 오늘 또다시 술 속에 나를 빠뜨리는 것은 노래 가사 처럼 멎진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것은 '나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것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러나 이제는 생활의 여유가 아니라 삶의 여유를 갖고 싶은

거다.  멋진 아저씨로...

                                          9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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