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드라이브 할 때는 일상에서 벗어나 한껏 자유로운 사고를
만끽할 수 있어 좋다. 차 문을 열고 밖을 나서면 매서운 추위에 몸을
움추리게 될지라도, 나만의 그 공간은 언제나 아늑한 자리일 뿐이다.
엊그제 강변을 달려 왔다. 달려 갈 때는 가을의 빛깔이 아닐지라도
세상에 비추어지는 햇살에서 존재의 평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변화하고 멈추어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어제 그리고 오늘 또다시 내일을
지나친다 할지라도, 바라는 보는 나의 눈망울 안에 있다는 것은 불변이다.
그 속에서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것은 나의 마음의 잣대일 뿐이다. 하지만
손바닥 뒤집기는 쉬울지라도 그 손바닥을 뒤집으려는 마음을 실행에 옮기기
힘든 것이다.
돌아 올 때는 '멋진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생각 갖게 되었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중년이란 그 흐름 속에 와 있다. 사십하고도 하나가 더
얹혀졌으니 아무리 그 시절 그 마음 속에 묻혀 있고 싶어도, 정말 이제는
아저씨일 수 밖에 없다. 중년의 아저씨... 내가 중년의 아저씨가 된건가?
지난 해의 절반은 무척 힘든 한해였다. 비록 할 일 못 찾고 있는 백수
생활 5년이었지만, 그래도 내게 닥쳐 올 그 무언가 때문에 마음을 조아
리며 바쁜 마음 속에서 지내왔다. 불쑥 닥쳐온 그 일들은 내가 한번쯤은
헤쳐야 했을 일이었다. 일들은 닥쳐 왔고 시간을 흘러갔고 번뇌와 망설임은
이어져 결과를 낳게 되었고 이제는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막연했지만
가슴에 자리했던 그 삶의 방향에서 결국 짐을 덜어 냄과 함께 찾아 온 것은
공허이다. 별자리를 구름에 앗기어 버린 것이다. 찾아 가야 함을 벗었기에
또다른 자유를 얻었지만, 제 2기의 백수 생활의 이정표를 세워야만 할 때다.
정말 멋진 아저씨가 되고 싶다. 유혹을 쫓아 가지 아니하고 다가 온 희비
를 담담히 받아 드리고 싶다. 가을의 햇살 마냥 세상 사람 세상사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 보고 싶다. 검은 속의 모습일지라도 밝은 빛깔로 덧칠하고
덧칠하여 맑은 탈이라도 써 보고 싶다. 통이와 술희 손을 한번이라도 더
잡아 주고 싶다. 조금은 손해 보더라도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드리고 싶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때 나의 마음도 아름답게 된다는 것 정말 나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 얕게 살아온 삶... 이제는 깊어지고 싶다.
하지만 오늘 또다시 술 속에 나를 빠뜨리는 것은 노래 가사 처럼 멎진
아저씨가 되고 싶다는 것은 '나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는 것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그러나 이제는 생활의 여유가 아니라 삶의 여유를 갖고 싶은
거다. 멋진 아저씨로...
99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