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포근해!
아랫목에 깔린 이불 밑으로 들어간 느낌이네요.
부모님이 계시던 40평 남짓 단독 주택에서
두 분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뒤 어언 16년 동안
나는 이곳을 직장처럼 출퇴근하면서
겨울철이면 추위에 떨어야만 했지요.
사무실로 쓰고 있는 작은 방 하나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석유 보일러를 팡팡 돌릴 수 없어 영상 10도로 맞춰 놓으니
나는 부탄가스 난로를 바짝 내 곁에 두고 지내야만 했어요.
덕분에 오른쪽 다리는 매년 열상에 시달려야만 했고.
그런데 마트에서 육천 원 주고 사온 보온 시트를
오늘 통유리 창문에 이렇게 붙여 놓으니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따스한 햇볕이 되어
내 마음까지 스며드는 것 같네요.
지난 한 달은 내 마음이 무척 거칠었지요.
추위가 미처 찾아오지 않았는데도 나는 떨어야했지요.
세월의 흔적에 내가 묻혀가면서 존재의 이유를
상실해 가기 때문인 지 겨울맞이가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밤은 무척 포근하네요.
따스한 곳을 찾아 날아들다가 통유리에 부딪쳐
상처 입고 떨어지는 새들을 보지 않아도 될 테고,
나뭇가지와 이별한 이파리들이 땅바닥에 뒹굴기 싫어
찬바람에 몸부림치며 하늘로 치솟는 꼴 보지 않고,
험한 세상의 절규도 외면할 수도 있고….
오늘만큼은 평온과 행복이 내게 찾아온 날입니다.
2016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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