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포근한 밤 2016년 12월 1일

묵향의 이야기 2017. 8. 14. 07:18

아이~ 포근해!

아랫목에 깔린 이불 밑으로 들어간 느낌이네요.

 

부모님이 계시던 40평 남짓 단독 주택에서

두 분이 하늘나라로 떠나신 뒤 어언 16년 동안

나는 이곳을 직장처럼 출퇴근하면서

겨울철이면 추위에 떨어야만 했지요.

 

사무실로 쓰고 있는 작은 방 하나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석유 보일러를 팡팡 돌릴 수 없어 영상 10도로 맞춰 놓으니

나는 부탄가스 난로를 바짝 내 곁에 두고 지내야만 했어요.

덕분에 오른쪽 다리는 매년 열상에 시달려야만 했고.

 

그런데 마트에서 육천 원 주고 사온 보온 시트를

오늘 통유리 창문에 이렇게 붙여 놓으니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선율은 따스한 햇볕이 되어

내 마음까지 스며드는 것 같네요.

 

지난 한 달은 내 마음이 무척 거칠었지요.

추위가 미처 찾아오지 않았는데도 나는 떨어야했지요.

세월의 흔적에 내가 묻혀가면서 존재의 이유를

상실해 가기 때문인 지 겨울맞이가 많이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 밤은 무척 포근하네요.

 

따스한 곳을 찾아 날아들다가 통유리에 부딪쳐

상처 입고 떨어지는 새들을 보지 않아도 될 테고,

나뭇가지와 이별한 이파리들이 땅바닥에 뒹굴기 싫어

찬바람에 몸부림치며 하늘로 치솟는 꼴 보지 않고,

험한 세상의 절규도 외면할 수도 있고….

 

오늘만큼은 평온과 행복이 내게 찾아온 날입니다.

 

2016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