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733

변신

주인공 그레고르는 잠자는 어느 날 아침 한 마리 벌레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채 고독한 죽음을 맞는다. "주인공 그레고르는 잠에서 깨어난 어느 날 아침 한 마리 벌레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된 자신을 느끼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채 고독한 죽음을 맞는다." 카프카의 변신. 중학교 때 감명 깊게 읽었죠. 나의 친한 친구가 변신하고 있군요. 이제는 카톡에 답도 못 보내고 통화도 힘들어서 그 아들이 대신 전화를 했네요. 월요일에 얼굴 보러 가도 되냐고 연락했더니 그의 아들이 전하더군요. "보고 싶으니 와 달라!" 2019년 8월 2일

프리즘 2021.07.30

물까치와의 전쟁

지난주부터 여기 하늘아래정원의 집 현관 앞에 차를 세우고 차에서 내려 몇 걸음 옮기려 하면, 여지없이 푸드득 소리를 내며 뒤에서 새 한 마리가 내 머리를 가까이 스치고 날아간다. 날이 밝아오면 내가 출근하기를 기다리며 어느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잔디밭에 나가 망중한을 즐기려 현관문을 나서면 또다시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서 내 머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든다. 날카로운 부리에 상처를 입기 싫어 어쩔 수 없이 이 더위에도 긴 팔 웃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승마용 헬멧을 뒤집어 쓴 채 산책을 해야 한다. 잠시 차에 물건을 꺼내려 갈 때는 빗자루를 하늘 향해 흔들며 나서야 하니, 이곳이 내 집인가 새들의 집인가? 결국 참다못해 나는 그제 반경 30미터에 있는 나무들을 샅샅이 훑었다. 이곳은 거의 30..

프리즘 2021.07.29

38일 간의 여행을 떠나며

38일 간의 여행을 떠납니다. 군 생활을 빼고 집을 떠나 타지에 가장 오래 머무는 경험이 되겠군요. 결혼 전에는 독립, 결혼 후에는 잠시의 출가(가출?)의 욕망을 현실의 벽에 꿈을 산산조각 냈기에, 의미 없이 노르웨이 구석구석 쏘다니는 긴 여정을 이제 훌쩍 떠나게 되었죠. 이번 여행의 주제는 ‘눈물’로 굳혀졌습니다. 유럽의 거의 맨 북쪽 끝 ‘노르캅’이라는 곳에서 북극을 바라보면 왠지 눈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습니다. 내 영혼을 앗아갔던 오로라 여신에 대한 그리움 때문은 아니겠죠. 무한의 우주에 존재로 인식되지도 못할 ‘있음’을 슬퍼할 것입니다. 두세 번만 얼굴을 마주했던 생소한 분들과 차 한 대에 동승하여 이리저리 텐트촌을 옮겨 다니며 함께 있을 지라도 그곳에서도 나는 홀로 있을 것입니다. 어차피 ‘나..

작지만 아름다운 배려

♡ 길을 걷다가 마주친 “작지만 아름다운 것들” “뛰지 마세요. 아직 엘리베이터가 안 내려왔어요.” 젊은 부부가 1층 현관문을 들어서고 문이 닫히려 할 때 내가 열쇠를 꺼내려 하니, 남자가 문 안쪽에 서서 나를 기다리며 건넨 말이다. “몇 층 가시죠?” 양 손에 짐 보따리를 들고 있던 나를 바라보며 그 친구가 물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먼저 내리는 그의 아내가 가벼운 목례를 하며 내게 선물을 주었다. 오래 전부터 닫혀버린 내 마음에 오랜만에 스며든 ‘작지만 아름다운 마음’이었다. 2018년 5월 4일

코타키나발루

말레이시아의 한쪽 끝에 있는 코타키나발루에 드디어 발을 내딛었다. 12년 전 아프리카 여행 팀과 갈 기회를 외면했었고, 재작년에는 딸의 훼방으로 대만으로 행선지를 바꿔야 했고, 고심 끝에 일정과 여행사를 확정했건만 몇 만원을 아끼겠다며 부분적인 일정을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겠다는 아내의 성화에 뒤늦게야 코타키나발루의 여행 계획을 확정하게 됐다. 현지 가이드들 사이에 코딱지발루라고 불릴 만큼 좁은 지역에 다양한 숙소와 많은 여행 상품들이 있기에, 패키지 여행사를 선정하기도 힘들고 여행사마다 각기 제시한 일정을 고르는 것도 혼란스럽기에 지금까지의 어떤 여행보다도 힘들게 출발하게 되었다. 여행 상품의 가격도 천차만별인데, 그 차이는 숙소와 선택 관광의 포함 여부이고 결국 국내 여행사를 통해 전부 패키지로 ..

겨울 속 삶

다음 달 말이면 장학회를 만든 지 23년째가 된다. 설립할 때는 무척 높은 이자율이었기에 지역 내의 이삼십 명의 중고교생들에게는 많지 않은 장학금이나마 여유 있게 지급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턱없이 부족하여 해마다 장학회 이자보다 더 많이 나의 통장에서 꺼내어 보태고 있다. 하지만 때때로 장학금신청서와 자기소개서를 살펴보면 미안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을 때가 많다. 일주일 전에 봤던 80대 조부모와 살고 있는 초교 6학년 소녀의 이야기도 내 양심을 들쑤셔 놓았고, 십이 년 전 네팔 트레킹에서 무심히 스쳐 지나쳤던 산골소년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내 눈에 아른거리고, 나의 자식들에게 꼭 읽어보라며 건네주는 어려운 아이들의 삶의 애환 고통 좌절은 메마른 눈물일지라도 내 얼굴을 적시곤 했다. 지난 주 화요일에는 ..

프리즘 2021.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