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물은 잠시 가둬 놓을 수 있다지만, 가는 세월은 붙들어 놓을 수가 없다. 입추가 지나서인지 희미하게나마 가을의 손길이 느껴지고 있다. 별빛을 담으려고 찾아갔던 내몽고의 바단지린 사막에서 칠월을 보냈고, 행복으로 어찌 채울 수 있는지 알고 싶어 갔던 부탄에서 유월을 보냈다. 그러나 은하수에 마음을 담고 팠던 그곳 하늘에는 먹구름만 가득했고, 저 멀리 어디에선가 내리꽂는 번개가 별빛을 대신해 줬다. 행복의 부탄가스가 가득하리라 생각했던 그곳의 깊은 협곡은 체념의 행복이었음을 먼저 알려 주었다. 순응의 행복일까? 아니면 국왕에 대한 신뢰의 행복일까? 사막의 바람은 거세었다. 솟구쳐 올라오는 모래알들은 비닐로 뒤집어씌운 카메라를 괴롭혔지만,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여 인같은 사막의 살결을 살포시 훔쳐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