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일 후에.... 며느리 손을 잡고 글씨를 써 내려 가셨다. "8일 후에 ????? 준비하라!" 7일 째 되는 날 병상에 계시던 아버지는 집에 가자고 보채셨다. 7일 째 어두워질 무렵 아버지는 처치실로 옮겨지셨고, 8일 째 되는 날 새벽 4시 45분에 광주 집으로 모셨다. 보조 호흡기를 멈추고 나니, 편한 모습으로 운명하셨다. 어머.. sweet home 2007.03.17
비석 앞에서 비석 앞에서 동생이 말했다. 8대조 할아버지 비석을 보니 할머니가 두 분이셨고, 우리 할아버지도 할머니가 두 분이셨다는데, 아버지 비석에는 엄마 이름만 쓰여 있지만 알 수 없는 일이고, 오빠 비석에는 몇 명의 이름이 쓰일지 알 수 없다네~ 옆에 있던 통이 술희 엄마 - 맞아!~ 맞아!~ 000208 sweet home 2007.03.17
사십구제 비나이다. 비나이다. 당신의 공적이 이러하거늘 일곱 고개 넘을 적 마다 굽어 살피시어 밝음의 세계로 인도하소서! 첫째는, 의지하지 아니하고 홀로 일어선 공덕이요. 둘째는, 쉼을 마다하고 일을 쫓아 살아온 공덕이요. 셋째는, 하늘이 주신 양식과 물품을 낭비하지 않은 공덕이요. 넷째는, 남의 것을 .. sweet home 2007.03.17
감사의 편지 깊어가던 겨울의 매서운 추위는 입춘이 다가 오면서 그 모습을 뒤로 하고 있습니다. 부친이 걸어 오셨던 길이 그러했듯이 언덕 넘어 저 건너 세상으로 가실 때도 몹시 혹독한 찬 바람을 맞이해야 했습니다. 극복하며 걸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길이라고 가시는 길에서도 저희에게 남기신 또 하나.. sweet home 2007.03.17
추모비문 검단산 아래 광주 천현골에서 태어나, 물 건너 보이던 곳 예봉산 중턱에 누웠다네. 한평생 뽕과 인연된 쉼없는 발걸음에, 하늘과 땅이 가상히 여겨 이 자리 주었다네. 어릴 적 여기 첫걸음 내딛었을 때에, 인연의 산 뽕 - 풀 속에 묻혀 그를 반겼다네. 몇 십년 세월에 아름드리 거목되어, 무성한 잎 비비.. sweet home 2007.03.17
방백 이년 전에 아들에게 뺏긴 나의 방에서 쏘주와 고기 몇점을 안주 삼아 앉아 있다. 통이와 술희는 일키로 떨어진 장모에게 맡겨 버렸고, 이십일간 누워 있는 아내는 마지 못해 발 끝에 앉아 그녀의 발을 주무르는 나의 손길에 꿈 속으로 빠져 버렸고, 앞 뒤 창문 활짝 열어 제낀 32평 좁은 아파트 한 구석.. sweet home 2007.03.17
여행 그리고 이별 모두 열 세명이 떠나기로 했습니다. 휴가 때마다 함께 했던 식구들과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부모님과 함께 하는 해외여행길이었습니다. 그러나 떠나기 이틀전 아버지는 비교적 가벼운 복막염으로 입원하게 되셨고, 빈번했던 일들이기에 간병인을 쓰시라는 우리들의 청을 마다하시는 두 분을 .. sweet home 2007.03.16
아들에게 보낸 편지 아들아! 네가 엄마 아빠 곁에서 떨어져 너의 세상을 품게 된 건 어제 오늘이 처음이구나. 무엇하고 있을까? 그래, 아마도 엄마 아빠에게 편지 쓰는 시간일지도 모르겠구나. 알어.. 아빠 닮아서 쓰기 싫은 글씨 몇자 적어 내려가다가, '아빠 술 드시지 마세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마무리짓겠지. 아빤 오.. sweet home 2007.03.16
통이와 술희 할아버지 손주 녀석 고추 보자며 "우리 똥개! 고추 좀 보자" 하시면, 통이 녀석 언제나 미운 얼굴이 된다. 어제 아빠의 생일 저녁상 함께 하러 오신 할아버지 앞에서 통이 녀석 밥 상 위에 있던 고추 두개를 두 손으로 들고서는, 하늘 향해 쌍고추 세워 들이댄다. " 봐요! 봐요~ " 숙녀가 되어가는 여섯살 .. sweet home 2007.03.16
농장에서... 지난해 여름 어느날이었다. 늘상 휴일이면 찾아 뵙는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통이와 술희와 함께 가까운 시골 농장 근처에서 외식을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 요술 부릴 줄 알아요." "응? 어떤 요술인데?" "나 고추 세울 수 있어요!" "하하하..." "음... 어떻게 세우니?" "간단해요~ 만지작거.. sweet home 2007.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