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사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데, 갑자기 유리창에 무언가 강하게 부딪기는 소리가 들렸다. 가끔 그러하듯 새들이 사랑의 숨박꼭질을 하던 중 한쪽 벽면 전체를 가로 막고 있는 투명한 벽을 뚫고 날아드려다 유리창에 부딪기는 비행사고이거니 하고 무심히 지나쳤다. 혼탁해져 버린 내 머리속을 환기시켜 .. 프리즘 2009.02.20
록키산맥의 자스퍼 무지개(2001년 8월) 2001년 8월 한달간의 카나다 여정 끝자락에 록키산맥 마지막 일정 자스퍼산 전망대에 올랐다. 다정했던 가족들의 여행의 마무리를 축하해 주려는 듯 무지개가 떠올랐다. sweet home 2009.01.09
가을날 안개 발갛게 달아오른 새색시가 부끄러워 홑이불 끌어 올리듯, 단풍에 물들어가는 가을의 산야는 나직한 안개를 덮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 애써 누르며 새신랑 각시 곁으로 다가서듯, 암울하기만 한 세상을 피해 나는 그저 안개 속으로 달려간다. 하얀 천 속 신랑 각시 속살속살 히죽거리며 하나가 되어가.. 프리즘 2008.12.07
가을날 아침 출근길 구름 한점 없는 파란 하늘 아래로 발을 내딛었습니다. 세상 구석구석으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을 타고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올라가 풍선처럼 터져 버릴 것 같았습니다. 애써 억누르며 내달리니 강물을 따라 흘러내려오는 안개 속으로 이내 내 몸을 감추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초가을의 설램에서 늦가을.. 프리즘 2008.12.07
맞이할 때와 떠나갈 때 오늘 저녁도 서편 하늘에는 은하수의 숱한 별들을 담으려는 듯 초승달이 어둠을 바다 삼아 쪽배되어 떠 있다. 지난 이월 구정을 사흘 앞두고 어둠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무실을 향해 고속도로를 내달리고 있었다. 아미같이 가냘픈 달님이 어두운 하늘 가장자리에 머물러 있다. 무심결에 바라본 그 쪽.. 프리즘 2008.12.07
커튼을 내려야겠어요 커튼을 내려야겠습니다. 동쪽 한면을 가로막고 있는 통유리을 뚫고 나를 향해 날아드는 새들의 좌절을 더 이상 바라볼 수 없어 커튼을 내려야겠습니다.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창가 감나무와 향나무의 나뭇가지 사이로 사랑의 숨박꼭질를 하기 위하여 지그재그 쫓고 쫓기던 새들이 몸을 감추려 날아들.. 예쁜 세상 바라보기 2008.12.07
눈 내린 잔디밭 제법 짙게 휘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사무실로 달려 왔습니다.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을까 걱정하며 조심스레 다가섰더니 이미 깔끔히 치워진 콘크리트 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습니다. 굳게 외부와 밀폐되었던 차의 문을 열고 발을 내딛는 순간 아마도 두 서너 종류의 수많은 새 떼들이 눈 덮인 .. 프리즘 2008.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