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봄 2014년 4월 3일 봄이 왔다 했나요? 봄이 가고 있어요. 목련이 피었던가요? 목련이 떨어지고 있어요. 오늘! 새싹이 돋아나는 모습이 반가웠던가요? 새싹은 내일 더 이상 새싹이 아니겠지요. 인생도 그러한 것인가 봐요.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했는데, 벌써 삶의 허무만 가슴을 메우고 있네요. 봄도 가고, 삶.. 프리즘 2017.08.13
사월이 오면 2014년 4월 2일 사월이 오면 사랑하고 싶습니다. 겨우내 텅 비어있던 빈 가슴에 하늘로 향하는 꽃향기 가득 채워져 창공으로 내가 사라지면 아니 되기에, 설렘과 그리움의 연민이 있다면 이 땅에 나를 묶어 둘 수 있을 테니까요. 사월이 오면 나는 사라지고 맙니다. 2014. 4. 2. 프리즘 2017.08.13
내가 천당에 못가는 이유 2013년 12월 8일 임대업자는 결코 천당에 갈 수 없을 것 같다. 밀린 월세 내라고 닦달해야 하고 그래도 안내내면 소송장 내밀어야 하고 막무가내 버티면 집달리로 밀어내야 하고. 대부분이 험한 세상 속 작은 보금자리에 머물고 있으면서, 빠듯한 생활에 월세 마련하느라 쪼개고 쪼개 채워 보지만 그래도 .. 프리즘 2017.08.13
횡설수설 2013년 11월 8일 내 키가 좀 더 크다면 지평선 위 별님 따고 별님 위 달님 따다가 품에 안겨 드리고파. 2013.11.08. 명경대 앞에 서면 나를 볼 수 있는 것인가? 명경대 가는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명경대는 있기는 한 것인가? 2013.12.06. 프리즘 2017.08.13
체념의 지혜 2013년 9월 30일 사진 과제 때문에 어머니의 고향 분원 팔당호에 와 산책로에 삼각대 세우고 풍경 담고 있어요. 바로 뒤에 자리한 수질개선 센터에서 6시 땡 하자 퇴근 직원들이 우르르 나오네요. 새 발의 처음처럼 어디서 다시 만나자며 삼삼오오 헤어지는 샐러리맨들을 바라보니 벌써 20년 다 돼가는 옛 .. 프리즘 2017.08.13
흡연이 선행한 날 2013년 4월 28일 어제 자정이 다가올 무렵 뒤쪽 베란다 창문을 열고 담뱃불을 붙였다. 건너편 3층 위 10층 거실 베란다에 한 여인이 기대어 서 있었다. 방충망도 열고 있는 지 술에 취한 듯 흔들거리는 그녀 모습이 또렷하다. 담뱃불이 꺼져 갈 무렵 통화를 끝내 그년 손이 난간을 잡았다. 왠지 이상한 느낌.. 프리즘 2017.08.13
밤새 비가 내릴 때 2012년 11월 11일 아직도 비가 내리고 있어요. 밤새도록 내릴 것 같아요. 걱정 근심 몰고 오고 있을까요? 아니면 쓸고 갈까요? 어차피 삶이라는 것이 기쁨과 슬픔이 뒤섞여 흘러가는 것이니 날이 밝아 왔을 때, 앞에 있는 상황에 맞춰 갈 수 밖에 없겠죠. 이래서 지천명이라 했나 봐요. 쉰 살도 훌쩍 넘어 중.. 프리즘 2017.08.13
새해 첫날의 외박 2012년 1월 1일 눈에 갇혔어요. 소리 없이 내린 순백이 집으로 향하는 길을 막아 버렸어요. 아주 오랜만에 부모님 살던 곳 - 이제는 나의 놀이터 겸 사무실 여기서 하룻밤 잠을 청하게 되었네요. 사실은 내일 이른 아침 현충탑에서의 시무식에 참석해야 하기에 새해 첫날부터 외박을 작정했던 것이죠. 깊.. 프리즘 2017.08.13
작지만 아름다운 양보 2014년 9월 26일 좌측 깜박이를 키고 2차선 도로에 합류하려고 엑셀을 더 밟는다. 백 미러에 속도를 내며 달려오는 차가 보인다. 2차선으로 들어 갈 수는 있겠지만, 그 차는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를 줄여야 한다. 순간 망설이다가 그 차를 보내고 합류하려고 살포시 제동을 했다. 계속 바라보던 백미러에 나.. 예쁜 세상 바라보기 2017.08.13
등하굣길 2013년 5월 5일 나의 초교 시절 교과서에 ‘거인의 정원’이란 글이 있었죠.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시끄러워 담을 쌓았더니 꽃도 안 피고 새들도 찾아오지 않는 겨울이 되기에, 담장을 헐어 버리니 다시 그 정원에 봄이 찾아 왔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의 정원을 홀로 걷다 보면 담으로 둘러싸인 거인.. 예쁜 세상 바라보기 2017.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