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고 있는 중인가 보다 어느 날인가부터 취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을 몸속에 부어 넣는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기에" 그 모든 나를 망각 속에 빠뜨리기 위해 그러한가 보다. 부끄러운 나날들이 이어지기에, 잠결에 나를 묻어 두기 위해 그러한가 보다. 빈 가슴을 담배 연기로라도 채우자며 빨아대는 담배꽁초는 언.. 방황 2007.03.22
시인이 되고 싶은 이유 사랑하면 시인이 된다고 했나요? 난 시인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기에, 사랑으로 나의 마음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서면 사라지는 무지개를 쫓아 아름답게 피어 오른 언덕을 향해 보았습니다. 채 다다르지 못하여 그저 바라만 보았을 때는 영원하리라 생각했던 애절한 마음조차.. 방황 2007.03.22
거인과 난장이 거인 나라에 난쟁이가 있었는지 난쟁이 나라에 거인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답니다. 하지만 어느날 거인과 난쟁이가 만나게 되었어요. 땅을 바라 보던 거인과 하늘을 바라 보던 난쟁이의 눈이 마주 했답니다. 새롭게 눈망울에 비춰진 서로의 모습은 신기하고 설레이고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쁨을 주었.. 방황 2007.03.22
이별 가을 석양을 안고 떠나 갔습니다. 길 모퉁이를 돌아 가버렸습니다. 차마 달려가 잡을 수 없기에, 뒤돌아 발걸음 내딛는 그 모습 그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뒤늦게 달려간 그 자리엔 눈물 자욱만이 남아 있습니다. 강 건너 저 언덕에 자리한 나무로 간직하기는 싫었습니다. 차라리 바라 볼 수 없을지라도.. 방황 2007.03.22
서편 하늘 푸르른 하늘을 바라 보기 부끄러워, 오늘 저 먹구름을 안고 싶은가 봅니다. 어둠은 안개 스며들 둣 나의 가슴에 평온 몰고 오려 하지만, 끝없는 이방인이 되어 버린 나의 영혼은 안주할 곳이 없습니다. 내딛는 발걸음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보고 싶지만, 바람결에 밀리어 또다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합니.. 방황 2007.03.22
아다지오와 술에 흠뻑 취한 날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되풀이 듣고 있습니다. 몇일 동안 계속된 희뿌연 하늘 마냥 나의 가슴에도 안개 가득 드리우게 하기에, 쏘주 한잔 곁들여 저물어가는 석양 빛과 함께 감정을 한껏 돋구고 있습니다. 삶이 무언가 새삼스런 질문에 또다시 같은 답만 나옵니다. 그저 살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 방황 2007.03.22
불혹의 상념 흘러가는 강물 위에 줄긋기였지요. 그날이 다가오길 기다렸습니다. 어느덧 다가서니 지나가 버렸습니다. 내게는 기다려지던 날이었습니다. 열일곱살 가을이던가, '국화 옆에서'를 처음 들려 주셨던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의 뒤안길을 뒤돌아 볼 수 있는 40 중년 여인의 모습이라고... 꿈 안고 .. 방황 2007.03.22
서편제 서편제 생각이 납니다. 그들은 남매였지요. 하지만 남남이라는 것 알고 있었습니다. 극이 진행되면서도 결코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선술집에서 그들은 만났습니다. 창을 부르면서, 북을 치면서 그들은 하나 임을 느꼈습니다. 오누이로서의 정이 아닌 남과 여로서 그 느낌 - .. 방황 2007.03.22
생의 길목 추석 전 가락시장 큰 길가에 즐비하게 늘어선 트럭 위의 돼지들... 죽어서라도 고기 한점 되어 세상 향해 무언가 남기련만... 나 주검 된다 할지라도 풀 한포기 거름되지도 못하는 삶. 세상 향해 무엇을 남길 수 있단 말인가? 한가위 큰 달 구름이 가리워 모습 희미한데, 폭죽 소리 요란했던 구석진 시골 .. 방황 2007.03.22
멈춰버린 시간 시간은 멈춰 있습니다. 비 오는 날 홀로 지키는 사무실 안 나의 시간은 머물러 있을 뿐입니다. 지나간 삶의 격정도 가라 앉아 있습니다. 메말라 버린 가슴 적시고파 몸부림쳤던 나날들은 그저 공허한 메아리였음 새삼 깨닫게만 됩니다. 한 줄의 싯구절도 한 권의 책도 가까이 하지 않으면서, 들녘에 피.. 방황 2007.03.22